다사다난했던 2024년을 돌아보며
점점 커지는 눈덩이처럼 모든 면에서 급속한 성장과 변화를 경험한 한 해였습니다.
오늘은 2024년 마지막 이슈를 보내드립니다.
2024년은 제게 정말 잊지 못할 한 해가 될 것 같습니다. 지금껏 조금씩 불려온 눈덩이가 급속하게 굴러가며 커지는 것을 체험할 수 있었고, 커리어 뿐만 아니라 스포츠 등 개인적인 취미에서도 큰 발전을 이룬 한 해였습니다. 하지만 후반에는 어려운 일도 많았어요.
쉽지 않은 한 해였지만 많은 것을 경험하고 배울 수 있어서 의미있는 시간이었습니다. 독자 여러분의 2024년은 어떤 한 해였는지도 함께 생각해보는 시간을 가져보면 어떨까요?
1월: 과체중에서 탈출하다
30대에 제가 겪었던 가장 큰 고민 중 하나는 체중 문제였습니다. 30대 중반에 급속하게 살이 찌고 나서부터 하루하루가 힘들고 피곤했고, 아침에 코를 골면서 갑자기 숨이 막혀 일어나는 일도 많았습니다. 외모에 대한 집착은 과거보다 줄어들기는 했지만, 어떤 옷도 이전처럼 맞지 않아 짜증이 났고 남이 찍어준 제 사진을 볼 때마다 속이 상했습니다.
체중을 줄여 보고자 식사량을 줄이면, 몸은 금방 적응해 체중은 하나도 줄지 않고 먹는대로 살이 찌는 체질로 점점 변해갔습니다. 이러한 악순환을 여러번 겪으면서, 내 몸을 내가 제대로 컨트롤하고 있지 못하다는 생각에 답답한 마음이 커져갔습니다.
하지만 2023년 말부터 채소와 현미, 생선과 고기를 제대로 챙겨먹으며, 운동량을 크게 늘리고 나서 체중을 크게 줄일 수 있었습니다. 역시 답은 정석대로 식단과 운동이었던 것이었습니다. 특히 운동은 제가 지금껏 생각했던 것보다도 훨씬 많은 유산소 운동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피겨 스케이트와 롤러 스케이트에 빠지게 된 것도 체중 감량에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2월: 대규모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끝마치다
HKEX(홍콩 증권거래소)의 사용성 테스트 프로젝트를 수행하기 위해서 센트럴에 있는 HKEX 오피스로 출퇴근하는 나날이 이어졌습니다. 상당히 큰 규모의 예산이 할당되었고, 다른 어떤 분야도 아닌 UX의 전문성이 필요한 프로젝트였기에 제게 걸린 기대가 컸습니다.
치밀한 사용성 테스트 설계와 수행은 물론이고, 클라이언트 커뮤니케이션에도 세심한 주의를 기울인 결과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이끌 수 있었습니다.
3월: 스케이트 레슨을 시작하다
지금껏 일주일에 한 번 정도 아이스 링크에서 혼자 연습했습니다. 하지만 이제 슬슬 전문가에게 배워야 한다는 것을 느끼고 있었어요. 특히 디테일에 주의를 기울여야 하는 스핀이나 점프와 같은 높은 레벨의 스킬은 지도가 필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마침 레슨을 등록했으나 바빠서 갈 수 없다는 회사 동료가 있어 제가 이어받기로 했습니다. 결과는 대만족이었고, 레슨은 지금껏 이어지고 있으며 피겨 스케이트는 중요한 제 삶의 한 축으로 자리잡았습니다.
4월: 성공적으로 연봉을 협상하다
연봉 협상 및 승진은 올해 제게 가장 중요한 마일스톤이었습니다. 치밀하게 밑작업을 하고, 인내심을 가지고 협상에 임한 결과 제가 원했던 대로 연봉 5% 인상과 디렉터 직급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자세한 이야기는 과거에 연재했던 뉴스레터를 참조해 주세요.
5월: 롤러 스케이트 대회에 참전하다
올해 스케이트 파크에서 롤러 스케이트를 즐기는 사람들의 모임에 간간히 참가하고 있었습니다. 모임의 리더가 “수퍼 스포츠 파크”라고 하는 실내 레크레이션 공간에서 주최하는 대회가 있다며 참가해 볼 것을 권했습니다. 저는 경력도 길지 않았고 실력도 좋지 않았으나 새로운 경험을 할 수 있다는 점에 의의를 두고 참가 신청을 했습니다.
참가자들에게는 1분간의 시간이 주어졌고, 스케이트 파크의 다양한 장애물을 사용해 다양한 트릭을 보여줘야 했습니다. 현장에는 중계를 하는 사람도 있어 제가 무언가를 할 때마다 “네 프론트 스톨 나왔습니다!”라며 기술을 설명했고 관중들은 환호를 해 주었습니다.
결과 저희 모임에서 가장 실력이 뛰어났던 멤버들이 금은동메달을 땄고, 저도 참가자들에게 주어지는 메달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이런 기회가 아니라면 언제 스케이트 대회에 나가보겠습니까? 새로운 제안을 해 주는 사람들 덕분에, 제 안의 안전지대를 벗어나 공포를 극복하고 지금껏 해 본 적 없는 일에 시도할 수 있었습니다.
6월: 새로운 인턴을 맞이하다
올해는 정말 인턴들 때문에 지옥과 천국을 모두 경험한 한 해였습니다. 연초에 한 명의 인턴을 채용했으나 인성 문제로 제 머리털이 다 빠지는 줄 알았습니다. 결국 계약 기간 3개월이 종료한 후 갱신하지 않는다는 결정을 내렸습니다.
하지만 이어서 채용한 인턴은 시킨 일을 재깍재깍 처리하여 제 짐을 크게 덜어주었는데요, 저의 강력한 추천에도 불구하고 모그룹의 채용 동결 정책 때문에 계속해서 함께 일할 수는 없었습니다. 하지만 실력자답게 구직 활동을 잠시 하는 것 같더니 금방 취업이 되었다며 알려왔습니다. 지금은 힘든 시기지만 앞으로 기회가 있으면 꼭 함께 일해보고 싶은 인재입니다.
이 두 명의 인턴 이야기는 정리해서 더욱 자세한 내용을 뉴스레터로 발행해보도록 할게요.
7월: 홍콩대학에서 리서치를 실시하다
홍콩대학은 제가 직접 경쟁피티에 참가해 프로젝트를 따냈고, 오랜 기간동안 제가 담당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지난 몇 달간 다른 프로젝트들로 너무 바빠 다른 디자이너에게 이 일을 맡겼더니, 얼마 되지 않아 실수를 연발하여 클라이언트의 극대노를 사고 말았습니다.
수습을 위해 제가 다시 이 프로젝트로 돌아왔고, 클라이언트의 신뢰를 되찾기 위해 많은 노력을 했습니다.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온라인 서베이를 예정하고 있었는데, 저희가 이 프로젝트에 진심이라는 점을 알리기 위해서 직접 대학으로 찾아가기로 했습니다.
마침 홍콩대학은 졸업 시즌이라서 학생들이 캠퍼스에 모일 수밖에 없었고, 저희는 밖에서 진을 치고 있다가 학생들에게 서베이를 실시하고, 작게 사례했습니다. 저희가 열심히 일하는 것을 본 클라이언트는 마음이 풀어진 듯 했고, 저희에게 커피를 사 주기도 했습니다.
리서치는 성공적으로 끝났고, 지금도 저는 이 프로젝트에 많은 주의를 기울이고 있습니다. 일만 잘하는 건 부족합니다. 성의를 어떻게 보여야 하는지에 대해서 많은 생각을 하게 된 프로젝트였습니다.
8월: 일본 팀과 일하기 시작하다
같은 글로벌 네트워크 산하의 일본 팀에게서 UX 전략 일을 해 줄 사람을 찾고 있다는 연락을 받아, 제가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일본 거주 경험이 있어, 일본 클라이언트와 직접 소통할 수 있다는 점도 큰 플러스였습니다. 하지만 일본 팀의 일처리 방식이 저와 맞지 않아 스트레스도 많이 받았는데요, 제가 일본을 떠난 이유를 새삼 되짚어 볼 수 있는 기회였습니다.
하지만 홍콩 팀에게는 제가 글로벌 팀과 함께 일하며 유의미한 성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점을 증명할 수 있어서 의미있는 협업이었습니다. 같은 팀과 다시 일하고 싶지는 않지만, 일본어를 활용할 수 있는 일에는 또 도전해보고 싶네요.
9월: 가르치는 일을 시작하다
한 학기동안 대학에서 강의를 할 수 있는 기회를 얻어 2024년이 더욱 의미있는 한 해가 되었습니다. 제게도 너무 즐거운 시간이었고, 학생들도 잘 따라와 주어서 많이 뿌듯했습니다.
10월: 발목을 다치다
인도어 롤러장에서 롤러 댄스 모임을 가지던 중 왼쪽 발목에 부상을 입었습니다. 발목을 접지르는 순간 인대가 파열되는 소리를 들었고 이후 수 주일은 제대로 걸을 수도 없었습니다.
당분간 스케이트를 탈 수 없다는 생각에 망연자실했지만, 새옹지마라고 다리를 다친 대로 또 여유 시간이 많아져 피아노나 독서 등에 많은 시간을 쓸 수 있었습니다. 아무리 나쁜 일이 생기더라도, 그걸 어떻게 받아들이는지는 생각하기 나름이라는 것을 배웠습니다.
11월: 대규모 글로벌 프로젝트를 다수 따내다
일본에 이어 대만 팀과의 협업에서도 좋은 결실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대만의 컴퓨터 제조업체인 ASUS의 일을 경쟁 피티를 통해 따낼 수 있었고, 본격적으로 저희 팀이 UX 리서치를 실시하게 되었습니다.
또 유럽의 여행사의 프로젝트도 따내어 세계 각국에 위치한 스테이크홀더와 커뮤니케이션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올해는 경기가 좋지 않아 프로젝트를 많이 따내지 못해 걱정도 했지만, 연말이 되어 저의 피칭 실력이 녹슬지 않았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어 뿌듯했습니다⚾
12월: 고양이가 암 진단을 받다
사실 지금 저는 정말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고양이의 체중이 눈에 띄게 줄어들어 병원에 데려갔더니 림프종이라는 진단을 받았습니다. 항암치료로 1-2년 더 사는 고양이도 많이 있다고 하지만, 사실상 완치가 불가능한 병입니다.
지금 고양이가 먹지를 못해 식도를 통해 튜브를 설치했고, 하루에 네 번 그 튜브를 통해서 음식을 넣어주고 있습니다. 화장실도 이전처럼 잘 쓰지 못해 청소가 더욱 힘들어졌습니다. 아픈 건 고양이지만 저도 사실 많이 지쳐가고 있습니다. 간병이라는 것이 이렇게 힘들다는 것을 체험을 통해 알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또 15년이나 제 옆을 지켜주며 행복한 시간을 선사해 준 고양이에게 고마운 마음입니다. 어떻게 말년을 보내게 해 줘야 하는지, 어떻게 해야 제게 후회가 남지 않을지, 많은 생각이 머리를 스쳐가는 나날입니다.
올해도 뉴스레터를 사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다사다난한 2024년을 거쳐, 2025년에는 풍성한 경험과 깊은 생각으로 빚어낸 더욱 영양가 있고 재미있는 글로 돌아오겠습니다. 연말 연시, 즐거운 시간 되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