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독서 휴가 이야기 (1)
몇 주간 쉬면서 책만 읽고 싶다! 라는 로망을 실현했던 지난 휴가 이야기를 가지고 돌아왔습니다.
안녕하세요 뉴스레터 구독자 여러분!
여러분은 그동안 어떻게 지내셨나요? 저는 몇 달간 뉴스레터를 쉬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지난 9월부터 11월까지 대학에서 서비스 디자인을 가르치며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시간을 보냈고, 이후 바로 제가 홍콩에서 거주하고 있는 집의 보수 공사가 시작되어 한 달가량의 방랑 생활을 하게 되었습니다.
다행히 3주간 한국에 머무르는 것을 회사가 허락해 주어서, 추위가 기승을 부리던 연말연시를 한국에서 보내고 돌아왔습니다.



이렇게 긴 시간 한국을 방문한 건 정말 오래간만이었는데요, 하고 싶은 일만 잔뜩 계획했다가 이도 저도 아닌 끝을 맞이하기는 싫었기 때문에, 이번에는 딱 두 가지에만 집중하기로 정했습니다. 하나는 제가 요새 몇 년 동안 몰두하고 있는 피겨 스케이트 연습이었고, 또 하나는 독서였습니다.
항상 시간에 쫓기며 살다 보니, 여유롭게 책을 읽을 시간이 없는 것이 항상 안타까웠습니다. 책을 몇 페이지 넘기기도 전에, 스마트폰을 열어 알림을 확인하게 되고, 유튜브를 보게 되고, 다음 일정이 무엇인지 확인하느라 바빴거든요. 이번 휴가 기간에는 딱히 긴급한 연락을 받을 일도 없었기에, 스마트폰을 치워 두고 독서에 몰두했습니다.
이 3주간의 Skate & Read 휴가 기간에 저는 매일 아침 일찍 일어나 채비를 하고 빙상장으로 향했습니다. 제가 머물렀던 곳은 지방이어서, 무궁화호 기차를 타고 옆 도시인 청주까지 가야 했어요. 기차 안에서도, 스케이트 연습이 끝나고 나서 카페 안에서도, 집에서도, 어디에서든 종이책을 가지고 다니며 책장을 넘겼습니다.
자연히 이 기간에 디지털 디톡스의 효과도 체험할 수 있었는데요, 더욱 철저한 아날로그 경험을 위해서 종이책만 읽어보기로 했습니다. 읽을 책을 조달하기 위해서 지역의 책방을 돌아다녔고, 집에서 굴러다니던 책을 발굴해 읽었고, 선물도 몇 권 받아서 멋진 독서 리스트를 만들 수 있었습니다.
그렇게 보낸 시간을 사진으로 남겼습니다.
다양한 책을 접하기 위해서 한 작가의 책은 한 권으로 제한했습니다. 하지만 읽다 보니 더 많은 작품을 찾아보아야겠다는 생각이 드는 작가들도 만날 수 있었습니다. 또 편식 방지를 위해서 의도적으로 문학과 비문학을 번갈아 가면서 읽었습니다. 이렇게 총 24권 중 12권의 문학과 12권의 비문학 책을 읽을 수 있었습니다.
누가 시킨 것도 아니었지만 이 챌린지를 끝내고 나니 굉장히 뿌듯했습니다. 오늘은 이 경험을 통해 제가 느낀 점을 공유해보려고 합니다.
누가 내 집중력을 훔쳤을까?
가장 먼저 느낀 점은 3주라는 길지는 않은 시간 안에 저 자신이 상당히 많은 분량의 책을 읽을 수 있다는 사실이었습니다. 정말 바빴던 해에 일 년 동안 읽었던 분량과도 비슷했어요.
그렇다면 왜 평소에 우리는 그렇게 하지 못할까요? 요한 하리의 책 제목처럼 집중력을 도둑맞았기 때문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 보았습니다.
우리는 5분에 한 번씩 스마트폰을 보지 않으면 불안하고, 한 번 스마트폰을 볼 때마다 태스킹 전환에 에너지를 빼앗깁니다. 결국 한 가지 일에 진득하게 집중하는 데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습니다.
또한 방해 요소를 차단하고 독서에 집중하다 보니 점점 가속이 붙는 것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무슨 일이든지 습관이 되면 쉽게 굴러갈 수 있게 되며, 그 습관은 한 가지에 집중할 때 더욱 효과적으로 만들어집니다.
우리는 왜 책을 읽어야 할까?
숏폼 동영상으로도 지식을 얻을 수 있으므로 독서 같은 비효율적인 활동은 필요가 없다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또한 인공지능이 인간의 지식 노동을 대체할 수 있는 세상에, 많은 분량의 텍스트를 읽어봤자 의미가 없다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물론 인공지능이 이 24권의 책을 스캔하고 요약본을 출력하는 데에는 1분도 걸리지 않을 것입니다. 하지만 요약본을 손에 넣기 위해서 책을 읽는 것만은 아닙니다. 책을 읽는 과정에서 얻을 수 있는 문해력, 분석력, 전략적 사고력, 스토리텔링 능력 등은 어떤 커리어에 종사하든지 귀중하게 활용할 수 있는 소프트스킬입니다.
또한 순수한 즐거움을 얻는 데에 독서만 한 활동이 없다고도 생각합니다. 나이를 먹으면 먹을수록, 새로운 음식도 다 먹어본 것처럼 느껴지고 어떤 사람을 만나도 놀라움을 얻기 힘들어집니다.
하지만 책에서 발견하는 놀라움, 새로운 생각을 마주쳤을 때의 고양감과 천재적 재능을 목격했을 때의 경외감 등은 제가 아직도 독서를 즐겨 하는 중요한 이유입니다.
이번에도 24여 권의 책을 읽으면서, 정말 이 책을 읽을 수 있어서 좋았다고 느낀 순간이 있었습니다. 눈물을 흘리고 폭소하는 순간이 있었습니다. 조금 과장해서 말하면, 살아있길 잘했다! 고 느낀 순간들이었습니다.
유한한 시간을 어떻게 써야 할까?
좋아하는 책에 파묻힌 3주간의 시간은 정말 행복했습니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제게 누굴 만났고, 어떤 맛집에 갔고, 어딜 여행했냐고 묻습니다. 두쫀쿠를 못 먹고 돌아온 것은 조금 아쉽지만 괜찮습니다. 저 나름대로 만족스러운 시간을 보낼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남들처럼 살지 않으면 불안했던 시기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저 자신이 행복감을 느낄 수 있도록 시간을 쓰는 것이 가장 후회가 없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많은 시행착오를 거쳐, 나 자신이 어떤 사람이고 무얼 좋아하는지 이제 겨우 감을 잡기 시작했기 때문입니다.
저는 한적한 곳에서 시간을 보내며, 열심히 스케이트를 탄 후 조용한 카페에 앉아 책장을 넘기를 것을 좋아하는 사람이었습니다.
앞으로의 휴가도, 또 다른 어떤 여가 시간도, 제가 좋아하는 것으로 가득 채우기로 다짐했고, 올해 안에 또 Skate & Read 휴가를 가져보기로 했습니다.



다음 시간에는 휴가 기간에 섭렵한 24권의 책 중에서, 어떤 책이 좋았고 추천할 만한지, 책 내용 그 자체에 대한 제 생각을 보내드리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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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읽었어요 오랜만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