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enAI의 인공지능 챗봇인 챗지피티가 화제를 모으기 시작한 지 벌써 일 년이 넘었습니다.
저는 일터에서 일상적으로 챗지피티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챗지피티가 없었던 시절에는 어떻게 일을 했었는지 기억이 나지 않을 정도입니다. 불과 2년도 되지 않은 과거인데, 그 시절에는 나의 매끄럽지 않은 영어 문장을 누가 다듬어 주었지? 생각하면 머나먼 과거처럼 느껴집니다.
기억을 더듬어 보면 일단 제가 최선을 다해서 나름대로 매끄럽게 적어 놓고 나면, 영어를 잘 하는 다른 사원이 최종 교정 교열을 봐 주었습니다. 그 사원이 매사에 남의 일에 트집잡기를 좋아하는 탓에, 리포트를 마무리 할 때가 되면 마음고생이 심했습니다.
지금은 챗지피티가 순식간에 고쳐줄 뿐만 아니라, 더 멋진 표현도 제안해 줍니다. 덕분에 영어로 리포트를 쓰는 시간은 반밖에 걸리지 않지만, 결과물의 질은 훨씬 좋아졌습니다. 2년도 되지 않는 짧은 기간 내에, 제 생산성은 두 배 이상이 되었습니다. 영어를 잘 하는 사원에게 의존하거나 싫은 소리를 들을 필요도 없어졌습니다.
저뿐만 아니라 영어로 업무를 수행하는 많은 사람들이 챗지피티에 의존하고 있습니다. 현재 챗지피티의 한국어 결과물은 영어만 못하지만, 곧 학습과 개선으로 인해 다양한 언어를 사용하는 더욱 많은 사람들도 업무 프로세스에 인공지능 챗봇을 도입하게 될 것입니다.
신기술이 코모디티가 되는 과정
가끔가다 아직도 검색 엔진을 제대로 활용할 줄 모르는 사람들이 이렇게 많다는 사실에 놀랄 때가 있습니다. 검색 엔진에 키워드를 넣어 원하는 정보를 찾는 법을 배울 시간은 30년이나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걸 하지 않은 사람들은 여전히 많습니다.
검색 엔진 역시 챗지피티와 마찬가지로 신뢰성 문제를 안고 있습니다. 검색 엔진의 결과라고 해서 모든 정보가 다 정확한 것은 아니기 때문에, 사용자가 어떤 정보를 믿고 어떤 정보를 버려야하는지 가려낼 수 있는 리터러시가 필요합니다. 검색 엔진을 수없이 사용해 보면서, 직접 학습하고 경험해 보아야만 제대로 활용하는 법을 익힐 수 있는 것입니다.
검색 엔진이라는 신기술을 적극적으로 배우려 하지 않았던 사람들은 결국 일터에서 필요한 필수적인 정보 수집 능력과 정보의 신뢰성을 검증하는 능력을 갖추지 못했고, 이는 경쟁력의 저하로 이어졌습니다. 누구도 직접 키워드 검색을 할 줄 몰라 다른 사람에게 정보를 찾아 프린트해서 가져오라는 중년 부장과 함께 일하고 싶어하지 않습니다.
챗지피티도 마찬가지입니다. 일 년 전에는 새롭게 떠오른 혁신적인 기술이었지만, 지금은 누구나 사용 가능한 코모디티가 되었습니다. 하지만 아직도 챗지피티가 뭔지, 그것으로 무엇을 할 수 있는지, 어떻게 사용해야 하는지 모르는 사람이 많습니다.
챗지피티 도입 이후 1, 2년이 지난 현재, 이미 그 차이는 뚜렷하게 보이고 있습니다. 중요한 클라이언트에게 납품해야 하는 영어 리포트에서 문법 오류를 남발하는 사람을 보면, “요샌 챗지피티가 다 고쳐주는데, 교정교열도 안하고 뭘 했지?”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1, 2년 사이에 이렇게 명확한 차이가 드러났다면, 5년, 10년 후에 그 차이는 더 크게 벌어질 것입니다.
챗지피티와 인간의 이어달리기
제가 지난 1년간 열심히 챗지피티를 사용하면서 느꼈던 점은 인공지능과 인간의 장단점을 정확하게 이해해야만 올바른 활용 전략을 세울 수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인공지능은 아무것도 없는 맨땅에서 갑자기 5000자의 글을 써오라고 해도 뚝딱 써 올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인간만큼 깊은 통찰을 보여주거나, 정확히 맥락을 파악할 수는 없습니다. 챗지피티가 써 준 드래프트를 바탕으로, 인간이 전략적 분석적 사고를 적용하여 고쳐 쓰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또한 챗지피티의 글은 특유의 톤앤 매너와 자주 쓰는 표현이 있어 티가 많이 난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성의없이 챗지피티를 돌려서 얻은 결과를 그대로 복사 붙이기한 것은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서, 직접 마무리 다듬기 작업을 할 필요가 있습니다.
따라서 저는 이어달리기처럼 ‘바톤 터치’를 하는 방식으로 인공지능의 신뢰성 문제를 보완하고 있습니다. 0%에서 50%까지는 인공지능에게 채우도록 시킨 후, 제가 80%까지 완성도를 높인 후에, 다듬기를 인공지능에게 시켜 90%까지 끌어올린 후, 마지막으로 제가 최종 확인과 다듬기를 해서 100%를 완성합니다.
예를 들어, 레스토랑 예약 웹사이트를 만들어야 한다고 해 봅시다. 백지 상태에서 혼자 전전긍긍할 필요 없이, 챗지피티에게 이런 질문을 던질 수 있습니다.
I am about to build a restaurant website that enables users to directly book tables. Please create a website structure and write the copy for me.
챗지피티는 웹사이트 구조를 Home / About us / Menu / Reservations / Gallery / Contact us로 정할 것을 제안해 주었습니다. (자세히 보기)
나쁘지 않은 아이디어이지만, 지나치게 일반적인 느낌도 있습니다. 이 구조를 바탕으로, 클라이언트의 요구, 팀원들의 요구, 기술적 제약, 유저 니즈 등을 반영하기 위한 수정을 가합니다.
또 챗지피티는 각 섹션에 어울리는 카피도 써 주었습니다. 다음은 Menu 부분의 카피입니다.
Explore our tantalizing menu, carefully curated to satisfy every palate. From appetizers to desserts, each dish showcases our commitment to quality and taste. Indulge in a culinary journey with our diverse selection of flavors.
역시, 나쁘지 않지만 너무나 일반적입니다. 여기에 브랜드의 특색, 레스토랑의 시그니처 메뉴, 지역적 특징, 고객층의 원하는 것 등을 잘 생각하면서 카피를 고칩니다. 구체적인 내용을 담아 이렇게 바꾸어 써 보았습니다.
Explore our tantalizing menu, fusion of traditional Thai flavors that carefully curated to satisfy every palate. Join us for families and friends’ get-togethers to create a unforgettable memory and indulge in a culinary journey with rich Thai culinary heritage.
그리고, 챗지피티에게 마지막 다듬기를 부탁합니다. Proofread “내용” 이렇게 부탁해도 되고, 더 많은 아이디어를 얻고 싶은 경우에는 Rephrase “내용” 10 variations 이렇게 명령을 하면 됩니다.
(…) indulge in a culinary journey through the rich Thai culinary heritage.
Journey with를 Journey through the로 고쳐주었네요. 저는 네이티브가 아니다 보니, 영어 문법이 이게 과연 맞나? 싶은 불안감을 항상 가지고 있습니다. 챗지피티가 있어 든든한 편집자가 생긴 기분이에요.
이렇게 90% 까지 끌어올린 카피를 마지막으로 제가 최종 확인합니다. 결과물의 퀄리티를 희생하지 않았으면서도, 카피를 쓰는 데 걸리는 시간을 반 이상으로 줄일 수 있었습니다.
여러분은 어떻게 사용하고 계신가요?
오늘은 제가 챗지피티를 활용하는 방법에 대해서 이야기해 보았습니다. 다들 일할때 챗지피티를 쓰는 건 알고 있지만, 어떻게 쓰고 있는지, 어떤 방식으로 쓰고 있는지 터놓고 이야기할 기회는 별로 없는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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