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리어에 진심인 여성들을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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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이빈, 대학에 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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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이빈, 대학에 가다 🧑‍🏫

홍콩 이공 대학(PolyU)에서 디자인 전공 학생들을 대상으로 강의를 할 기회가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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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이빈
Aug 22,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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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홍콩은 아직도 습하고 푹푹찌는 날씨가 계속되고 있습니다. 제가 한국에서 거주했던 것은 아주 옛날 이야기가 되어버려 제 기억이 맞는지는 모르겠습니다만 8월 말쯤 되면 선선한 바람이 불어오며 가을을 느낄 수 있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독자 여러분께서는 새로운 계절을 어떻게 맞이하고 계신가요?

저는 지난 6월 29일에 홍콩 이공 대학에 게스트 강사로 초청되어 디자인 전공 학생들에게 강의를 할 기회가 있었습니다. 서비스 디자인 학과의 과목이다보니 저와 같이 UX 디자이너를 지망하는 학생이 많아, 구체적인 저의 사회 생활, 프로젝트 경험과 커리어 조언을 준비했습니다. 한 학기분의 수업이 끝나고, 시험도 끝나고 난 마지막 시간이어서 과연 학생들이 집중해서 들어줄까 걱정도 되었지만 열심히 들어주는 학생들이 많았고, 강의를 마친 이후에 좋은 질문도 다수 받을 수 있었습니다.

오늘은 이 경험을 뉴스레터 구독자분들과 공유해보려고 합니다.

폴리유라고 불리기도 하는 홍콩 이공 대학의 캠퍼스

강의는 40분 정도였고 세 파트로 구성했습니다.

PART I

먼저 제 소개를 하고 16년간의 커리어 경력을 요약해서 설명했습니다. 과거 뉴스레터와 서적 <내가 선택한 취업의 게임>에서도 소개했듯이, 커리어를 연대기식으로 그려보면 과거와 현재를 한 눈에 볼 수 있고, 미래의 계획도 자연히 떠올려볼 수 있습니다. 제 커리어 연대기를 다섯 단계로 나누어, 각 단계에서 어떤 일이 있었고 앞으로 어떻게 살고 싶은지를 짚어보았어요.

1막 (2006-2013)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로 사회 생활을 시작하고 TV, 스마트폰, 오디오 등의 가전 제품 개발을 하게 되었다. 하지만 불행하게도 일이 즐겁지 않았고, 보수적인 일본 대기업의 사내 문화에서 많은 스트레스를 받았다. ‘여기를 그만두면 난 뭘 어떻게 먹고 살아야 하지?’라는 공포심에 사로잡혀 전전긍긍하는 동안 7년 반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2막 (2014-2017)

드디어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를 그만두기로 다짐하고 본격적인 UX 경험을 쌓기 위해서 많은 회사를 전전했다. 리서치를 위해서 홋카이도로 출장을 가기도 하고, 패션 회사의 창고에 가서 유통 프로세스를 조사하기도 하고, 팀원들과 함께 서비스 디자인 워크샵을 진행하기도 하면서 UX의 전문성을 키워나갈 수 있었다.

3막 (2018-2021)

이커머스 스타트업에 조인해 회사를 크게 키웠다. 수입이 없었을 때에 입사하여, 회사가 수천만 달러의 매출을 일으키고 이익을 내는 단계로 성장하기까지, UX 디자인 뿐만 아니라 마케팅, 데이터 분석, 개발에도 폭넓게 관여했다.

4막 (2022-2030, 현재)

UX 실무자로 할 수 있는 일을 다 해보았다는 생각이 들어 리더십을 추구하고자 디자인 에이전시에 입사해 이번에는 디자인 팀을 관리하고 이끌고 있다. 주니어 디자이너들에게 커리어의 가이드를 제공하고, 클라이언트와 조직의 전략을 세우며, 경쟁 피티에 참여해 프로젝트를 따오는 등의 업무를 하고 있다. 앞으로 5-7년 정도는 치열하게 일할 생각.

5막 (2030-, 미래)

2030년쯤 되면 돈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될 만큼의 패시브 인컴이 있을 것이라 예상된다. 하고 싶은 일만 하면서 세계 여행도 하고 글도 쓰고 해변에서 누워 있기도 하면서 인생을 즐기려는 생각이다.

PART II

두 번째 파트에서는 UX 디자인이란 무엇이고, UX 디자이너는 어떤 일을 하게 되는지를 자세히 설명했습니다.

200년 전에는 아트나 디자인을 하려면 귀족의 후원을 받아야 했고, 화려한 샹들리에나 귀족들이 입던 드레스를 떠올려보면 알 수 있듯이 사용성보다는 장식성이 중요했습니다. 하지만 산업 혁명이 일어나면서 이 모든 것이 바뀌었습니다. 새 옷을 한 벌 갖고 싶으면 촛불 아래서 삼일 밤낮을 바느질하지 않아도, 공장에서 하루에 천 벌씩 찍어낼 수 있게 되었으니까요. 그렇게 인류는 의자와 자동차를 찍어내고, 전쟁을 통해 전투기와 조종석을 디자인하며 장식성뿐만이 아니라 사용성을 탐구하기 시작합니다. Ergonomics나 Human factors와 같은 학문 분야가 부상했고 이들이 UX의 토대가 되었습니다.

Ergonomics - 인체가 어떻게 움직이는지를 탐구합니다.

이어 수퍼컴퓨터가 발명되었고 곧 집집마다 퍼스널 컴퓨터가 놓이고 월드 와이드 웹에 연결되었습니다. 그리고 스티브 잡스가 야심차게 손 안의 컴퓨터, 즉 스마트폰을 내놓게 되죠. 따라서 지금 디자인을 하려면 대중이 어떻게 사고하고 행동하는지 이해하는 것이 필수적입니다. 귀족에게 커미션을 받아 한 명에게만 딱 맞는 솔루션을 내놓는 시대는 갔고, 모든것이 대중화되고 민주화되었으니까요. 이 때문에 ‘사용자 경험’을 탐구하는 UX는 크게 성장했고, 많은 일자리를 창출했습니다.

따라서 UX디자이너의 일은 사용자들과 직접 소통하는 것이 핵심입니다. 팀 이름에는 UX를 내걸고 자리에만 앉아있는 경우도 많지만, 그렇게 해서는 User Experience의 ‘User’의 의미가 없습니다. 사용자를 더 잘 이해하기 위해, UX 디자이너는 인터뷰, 필드 리서치, 워크샵, 사용성 테스트 등의 조사 기법을 실행할 줄 알아야 하고, 여기서 얻은 인사이트를 비즈니스에 적용해 성과를 얻어낼 수 있어야 합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는 많은 기업이 아직도 리서치에 왜 예산을 할애해야하는지 이해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특히 극히 실리적인 홍콩 기업의 경우에는 더욱 그렇죠. 그래서 홍콩에서 UX를 하게 된다면, 안타깝게도 클라이언트의 요구에 맞춰 끝없이 사이트맵을 만들고 와이어프레임을 그리는 일을 하게 되는 경우가 더 많습니다. 하지만 뱅킹 등 사용성이 곧 수익으로 이어지는 서비스의 경우에는 디자인 작업 이전에 몇 달간의 디스커버리 기간을 설정해 다양한 조사를 실시하고, 디자인 안이 거의 완성되고 나서는 사용성 테스트를 실시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UX 디자이너는 문제 해결사의 역할을 맡아야 할 때도 있습니다. 트래픽, 컨버전, 매출이 생각처럼 나오지 않을때, 사용자들의 반응이 좋지 않을 때, 무엇이 문제인지 특정하고 그 문제를 개선하여 목표한 성과를 달성하는 것도 UX 디자이너의 일입니다.

PART III

세 번째 파트에서는 커리어를 어떻게 바라보아야 하는지에 대해서 이야기했습니다. 일반적으로 우리는 25세 전후에 일을 시작해 65세 전후에 은퇴합니다. 인생에서 40년을 일하는 것이죠. 처음 몇 년 간은 내가 뭘 하고 있는 건지, 이게 맞는 건지, 의심을 가지는 것이 당연합니다. 전체적인 그림이 아직 보이질 않으니까요. 저는 이 게임을 16년 이상 플레이했고, 이제 반절 가까이 왔습니다. 처음에는 저도 혼란스러웠고, 일을 싫어했고, 길을 잃었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제가 어디로 가는지 확실하게 알고 있습니다.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스스로가 내가 어떤 사람이고 무엇을 하고 싶은지, 어디로 가고 싶은지 알고 있는 것입니다. 쉽게 답이 나오지 않을 수도 있지만, 그럴수록 우리는 자신과의 대화를 시도해야 합니다. 제 지난 뉴스레터나 서적에서도 다뤘듯이, 좋아하는 일, 잘하는 일, 돈이 되는 일이 겹치는 영역을 찾아보고, 나의 드림 잡을 찾아내 갭(Gap)을 메우기 위한 실행 플랜을 짜 보고, 꾸준히 실행하며 시간의 흐름에 따른 복리 성장 효과를 끌어내는 것만이 평범한 사람들이 성공할 수 있는 길입니다.

질문

학생들이 끝까지 잘 들어주고 좋은 질문을 던져주었습니다.

Q) UX 디자이너가 가져야 하는 자질에는 무엇이 있을까요?

A) 호기심, 도전 정신, 배우려는 자세가 중요합니다. 여러분이 사회 생활을 시작하고 초기에는 실력보다도 태도가 훨씬 중요합니다. 태도에 따라 얼마나 성장할 수 있는지가 결정되니까요.

Q) 앞으로 디자이너에게는 전문성과 두루두루 다 잘하는 능력 중 무엇이 더 중요하게 여겨질까요?

A) 제가 미래를 예측할 수는 없는 일입니다. 그래서 많이들 추천하는 커리어 개발 방식으로는 ‘T자형 인재’가 되는 방법이 있습니다. 여러가지를 두루두루 다 얕게 알아두되, 하나의 우물을 정해서 깊이 파고내려가 그 분야의 전문가가 되는 거죠. T자형 인재는 미래가 어떻게 변화하든, 어떻게든 잘 적응할 수 있을 것입니다.

Q) 컨설턴시에서 일하려면 어떻게 하야 하나요?

A) 컨설턴시를 링크드인에서 찾아보고, 인턴십 기회가 있을지 물어보세요. 다들 그렇게 시작합니다. 기회는 굴러들어오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만들어 나가는 것입니다.

Q) 자동차 업계에서 UX를 한다면 어떤 일을 하게 되나요?

A) 업계가 다르다고 해서 하는 일이 크게 다르지는 않습니다. 사용자들과 만나 이야기하고, 그들을 관찰하고, 얻게 된 인사이트를 바탕으로 상품을 개선하고 비즈니스에 공헌하는 일을 하는 것은 기본적으로 같습니다.

Q) 여러 도시에서 일해보려고 생각한 이유는 뭔가요?

A) 일본에 가게 된 것은 장학금 때문이고 홍콩에 오게 된 것은 잡 오퍼 때문이었습니다. 현실적인 이유였죠. 또 제 성격상 한 곳에 오래 뿌리내리고 살게 되면 지루함을 느끼는 것도 자꾸만 옮겨다니는 이유 중 하나인 것 같습니다. 앞으로도 또 다른 도시에서 일해보려는 생각을 갖고 있습니다.

후일담

비록 한 번의 강의였지만 준비 과정에서 시작해서 학생들 앞에서 이야기는 것, 또 강의 후에 링크드인 등에서 학생들과 연결되어 가는 과정까지, 이 모두를 즐길 수 있었습니다. 지금은 에이전시의 일을 하느라 바쁘지만, 언젠가는 가르치는 일에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대학의 파트타임 강사도 좋고, UX 관련 부트캠프의 일도 좋을 것 같아요. 가르치는 것이 적성에 맞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어 유익한 경험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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