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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내드린대로 10월에서 12월까지는 다른 일정을 소화하기 위해 뉴스레터는 휴지 기간을 가질 예정입니다. 9월에는 인공지능에 관한 글을 보내드립니다.
오늘은 지난 5월에 열린 config에 대해서 이야기해보려고 합니다. 디자인 협업 툴 피그마를 사용하고 계신다면 이미 잘 아시겠지만, config란 피그마가 개최하는 연례 컨퍼런스를 말합니다. 이 자리에서 피그마는 새로운 기능을 선보이기도 하고, 다양한 피그마의 파트너들을 초청해 디자인의 미래를 논하기도 합니다.
올해는 샌프란시스코와 영국, 이렇게 두 곳에서 개최되었지만 세계 각국에서 “watch party”라는 실시간으로 config를 함께 보는 이벤트가 열려 어디서든지 내용을 지켜볼 수 있습니다. 컨퍼런스가 끝나고 난 후엔, 모든 세션이 유튜브에 공개됩니다. 올해 공개된 총 82개의 영상을 여러분도 얼마든지 시청하실 수 있습니다.
Figma Make
올해의 화두는 뭐니 뭐니 해도 인공지능이었습니다. 피그마가 새로 론치 한 프로덕트 중에는 “Make”라는 것이 있었습니다. 사용자가 자연 언어로 만들고 싶은 것을 전하면 인공지능이 그 뜻을 나름대로 해석하여 코드 생성과 디자인 등을 모두 자동으로 완성해 줍니다.
저도 “레코드가 빙글빙글 돌아가는 재즈 음악 플레이어를 레트로풍으로 디자인해줘” “홍콩 대학의 웹사이트를 만들어 줘”와 같은 부탁을 해 보았는데요. 아직 솜씨가 꽤 좋지는 않았습니다. 디자인 퀄리티는 상당히 구식이었고, 사용한 템플릿도 식상한 것이었습니다.
아직 인간 디자이너의 경쟁 상대가 되지는 않아 안심했지만, 인공지능의 발전 속도를 생각하면 머지않아 웹사이트 개발의 많은 부분이 자동화될 것으로 보입니다. 결국 인공지능에게 무엇을 어떻게 만들어달라고 부탁할 것인가, 이 부분을 결정할 사람만이 남게 되겠지요.
메타포의 중요성
인기를 모았던 config 영상 중 하나로 Anthropic의 프로덕트 디자인 헤드, 조엘 르웬스타인의 <에이전트를 넘어서: 크리에이티브 파트너로서의 AI>가 있었습니다. 내용이 흥미로워 소개해 보려고 합니다.
이 영상이 흥미로운 이유는 초두에 “메타포란 무엇이며 그것이 왜 중요한지”에 대해서 시간을 들여 설명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헨리 포드의 말을 인용하며 포문을 열고 있습니다.
만일 사람들에게 원하는 것이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그들은 더 빠른 말이라고 대답했을 것이다.
If I had asked people what they wanted, they would have said faster horses.
자동차가 처음 발명되었을 때 실제로 많은 사람들이 말의 대용품이 나왔다고 생각했습니다. 당시의 대중교통은 말 중심으로 구축되어 있었기 때문에, 자동차는 기계로 만들어진 말처럼 보였을 것입니다.
실제로 페라리나 머스탱, 포르셰의 로고는 아직도 말의 모양을 하고 있습니다. 아직까지도 사람들은 엔진 구동력의 단위로 “마력(horsepower)”을 사용합니다.
당시의 자동차 회사들은 “자동차는 새로운 말이며, 미래에는 자동차가 말을 대체할 것이다”라는 내러티브를 가지고 마케팅을 펼쳤습니다. 과거에 존재한 적이 없었던 새로운 기술을 대중에게 이해시키기 위해서, 친숙한 개념을 가져와 사용한 것입니다.
우리는 국어 시간에 비유, 직유, 은유 등의 개념을 배웠습니다. 그중에서 “내 마음은 호수요”가 은유법이라는 것도 배웠습니다. 내 마음의 광대함과 적막함을 전하기 위해, 호수라는 전혀 다른 관념을 가져와 사용하는 것이 바로 메타포입니다.
인류가 경험해 본 적이 없는 새로운 기술이 등장할 때마다 메타포는 중요한 역할을 했습니다. 생소하고 복잡한 기술을 대중이 이미 알고 있는 관념에 가져다 붙이는 방식으로 이해를 도왔기 때문입니다.
컴퓨터 안에서 정보를 저장하고, 이리 옮기고 저리 옮길 수 있다는 사실을 설명하기 위해서 “문서”와 “파일”이라는 개념을 사용했습니다. 사람들은 컴퓨터 작업을 하면서, 종이를 파일에 끼우고 선반에 정리하는 작업을 연상했습니다.
인터넷의 시대가 도래해 컴퓨터와 컴퓨터 사이에 정보를 주고받을 수 있게 되자, 사람들은 이를 “정보의 고속도로”라고 불렀습니다. 노트 앱은 줄이 쳐진 종이 모양을 하고 있고, 음성 녹음 앱은 아직도 마이크 모양을 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메타포의 예는 수도 없이 많습니다. 메타포는 기존 관념과 새로운 관념을 잇는 다리와 같은 작용을 하여, 사람들이 친숙한 개념에 빗대어 새로운 기술을 이해할 수 있게 돕습니다.
인공지능에 걸맞은 메타포는?
시리가 처음 나왔을 때 애플은 이를 “조수(Assistant)”라고 홍보했습니다. 생소한 기술을 어떻게 사용해야 하는지 감을 잡지 못하고 있던 사람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서, 당신의 조수가 일정을 관리해 주고 전화도 대신 걸어주며 날씨도 알려준다, 는 식으로 시리의 쓸모를 설명했습니다.
저는 10여 년 전에 일본에서 “음성 어시스트”라는 시리와 비슷한 앱의 개발 팀원으로 일한 적이 있었습니다. 당시에도 팀원들은 우리가 개발하는 게 과연 무엇이냐, 이 정의를 내리기 위해서 내내 머리가 아프도록 고민했습니다.
전례가 없던 프로덕트이다 보니 메타포 없이는 우리가 뭘 만들고 있는 것인지조차 이해하기가 힘들었기 때문입니다. 결국 우리가 만들고 싶은 것은 “비서”라는 결론을 내리고 비서의 역할에 중점을 둔 기능을 하나둘씩 늘려나갔습니다.
최근에는 인공지능을 “에이전트(Agent)”라고 부르는 경우도 많아졌습니다. 이렇게 부르면 나 대신에 무언가를 해 주는 스마트한 대리인이라는 의미에 방점이 찍힙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자신들의 AI에 “코파일럿(Co-pilot)”이라는 이름을 붙였습니다. 코파일럿은 부조종사라는 뜻으로, 한 비행기를 탄 운명공동체라는 뉘앙스가 있습니다.
인공지능을 연인처럼 대하는 사람도 많아졌습니다. 강유미 씨가 제작한 아래 영상 <챗지피티는 내 남친>은 물론 코미디지만 저는 전혀 웃을 수 없었습니다. 영상에 등장하는 사람들보다도 더 중독적으로 챗지피티에 의존하며 원하는 답변을 갈구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조엘 르웬스타인은 AI와 우리는 함께 창조적인 업무를 하기 때문에 AI를 크리에이티브 파트너라고 불러 마땅하다고 주장합니다.
저는 이 부분에는 동의를 할 수 없었습니다. 물론 인공지능은 창의적인 결과를 내놓을 수 있습니다. 알파고가 37수에서 보여준 것처럼 말입니다. 하지만 기존의 데이터셋을 학습하여 예측한 결과를 출력하는 그 과정을 창조적인 행위라고 부를 수 있을까요?
여기에는 찬반이 있을 수 있지만, 저는 적어도 디자인과 글쓰기와 같은 분야에서 AI를 인간과 동급으로 취급하며 파트너라고 부르는 것은 시기상조라고 생각합니다.
여러분은 AI를 어떻게 사용하고 계신가요? 여러분은 AI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단순한 도구일까요, 조수? 비서? 친구입니까? 아니면 연인? 운명 공동체라는 생각을 해 보신 적이 있으신가요? 파트너라고 부를 수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이렇게 많은 다른 시각이 혼재하고 있는 것을 보면, 인류는 아직 AI에 딱 맞는 메타포를 찾지 못한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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