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을 대하는 네 가지 자세 ~ 일본 사회 편
시대의 변화와 함께 노동관도 변화하며, 다양한 관점이 혼재합니다.
안녕하세요 멤버 여러분! 오늘은 일을 대하는 여러가지 자세에 대해서 다루어보려고 합니다. 이후에 영어로 번역해, 일본 관련 콘텐츠를 발행하는 미디엄 퍼블리케이션 Japonica에 투고할 예정이에요. 그래서 오늘의 소재는 일본의 미디어에서 볼 수 있는 다양한 일에 대한 가치관입니다.

일본은 한국과 마찬가지로 농업을 근간으로 한 사회였습니다. 따라서 예로부터 아침 일찍 일어나 근면 성실하게 일하는 사람이 높게 평가받았죠. 하지만 산업 혁명이 일어나 공장 중심의 제조업으로 산업의 중심이 옮겨가고, 또 한번 기술과 지식이 중요시되는 서비스업의 사회로 변화하면서 일하는 방식은 물론, 일을 대하는 사람들의 가치관 또한 크게 변화했습니다.
에도 시대에는 어린 아이를 도제로 받아들여 일을 시키는 관습이 있었습니다. 따라서 노동 계약이란 한 사람의 가족을 받아들인다는 사고방식이 현대 일본 사회에도 강하게 남아있습니다. 경제가 고속 성장하던 시절에는 사원들을 가족처럼 여기는 평생 직장, 연공 서열과 같은 개념이 생겨났죠. 현재에도 전통적인 기업은 기숙사 및 식사, 교통비를 제공하는 경우가 많이 있습니다. 사원이 결혼을 하면 휴가를 주고, 아이를 낳으면 축하금을, 아이가 학교에 들어가면 책가방을 나눠주기도 합니다.
하지만 버블이 붕괴하면서 기업들은 구조조정 및 비용 절감을 피할 수 없었습니다. 평생 직장을 믿는 사람들은 크게 줄어들었고, 연공 서열을 능력제로 재빠르게 재편성하는 기업도 늘어났습니다. 정사원을 최소화하고, 비정규직인 ‘파견’ 직원들이나 해외의 값싼 노동력을 이용한 아웃소싱이 잇따랐습니다. 회사가 곧 가족이라는 사고방식에서 자유 시장 경제 논리에 이르기까지는 30년도 걸리지 않았습니다. 급속한 변화 속에서 다양한 고용 형태와 가치관이 스펙트럼과 같이 혼재하고 있습니다.
오늘은 현대 사회의 일본 미디어에 녹아 있는 서로 다른 노동관 네 가지를 소개하는 시간을 갖도록 하겠습니다.
1. 일 = 수행
일은 곧 수행이며 따라서 고통이 수반되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일은 부처가 되기 위한 수행이라는 불교 사상에 그 바탕을 두고 있는데요, 도무지 일이 즐겁지 않더라도, 돈이 되지 않더라도, 묵묵히 일에 정진하는 것 그 자체가 종교적 수행이라는 사고방식입니다.
이는 현대 일본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일이 힘들더라도 3년은 버텨보라며 ‘바위 위에서도 3년’이라는 속담을 인용하는 사람들을 어디서나 쉽게 만나볼 수 있거든요. 여기에는 어떻게든 3년이라는 시간을 버티는 것 자체가 고행이기에 의미가 있으며, 그 끝에는 극락이 기다리고 있다는 믿음이 깔려 있습니다.
한여름 에어컨 앞에만 있는 사람은 상쾌함을 느끼지 못한다. 하지만 무더위 속에서 땀 흘려 일한 사람은 잠시 몸을 기대 쉴 수 있는 나무 그늘에도 시원함을 느낀다. 그렇게 나는 앞으로도 계속 내게 닥쳐오는 고생을 피하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 왜 일하는가, 이나모리 가즈오
워라밸과 효율이 중시되는 시대에 이러한 사고방식은 시대에 뒤처진 것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일이 곧 고행이라는 생각은 ‘노오력으로 뭐든지 할 수 있다’는 근성론과 결합하여 노동자를 착취하는 구실이 될 위험도 있습니다.
일이란 42.195킬로미터의 긴 구간을 달리는 마라톤 경주와 같습니다. 그리고 우리는 그토록 긴 구간을 달려 본 적이 없는, 마라톤에 이제 막 참가한 초심자와 다름없습니다. 경쟁자들은 이미 빠른 속도로 저 앞에서 내달리고 있습니다. 그들을 따라잡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나는 100미터 달리기 경주를 하듯 뛰고 싶습니다. 그렇게 무모한 방법으로 달리다가는 몸이 버텨내지 못할 거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우리가 경쟁자들을 따라잡는 데는 그 길밖에 없습니다. 그렇게 하지 못할 거라면 애초부터 경주에 참가하지 않는 편이 낫습니다.
- 왜 일하는가, 이나모리 가즈오
이나모리 가즈오는 교세라의 창업자로, 일본의 경제 성장기를 대표하는 인물입니다. 마라톤을 100미터 뛰듯 뛰어서 성공을 개척하겠다는 마인드셋을 가지고 있다 해도 별로 놀랍지 않죠.
2. 아, 보람 따위 됐으니 야근수당이나 주세요
이처럼 일은 즉 수행이며, 돈과 명예와 같은 외재적 가치보다도 정신적 수련이 중요하다는 전통적인 가치관은 현대 일본 사회에 과로사, 블랙 기업, 서비스 야근과 같은 수많은 폐해를 불러왔습니다. 이에 대한 반작용으로 생겨난 것이 ‘사축’으로 사는 삶을 거부하고 일한 만큼 받겠다는 사고방식이죠.
서적 <아, 보람 따위 됐으니 야근 수당이나 주세요>의 저자 히노 에이타로는 1985년생으로 전형적인 밀레니얼 세대입니다. 80년대생이 사회에 진입하기 시작한 2000년대 중후반부터 몸과 마음을 갈아서 직장에 충성해야 한다는 기존의 가치관을 전면적으로 부정하는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기본적인 것들이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보람만 강요하는 행위는 문제를 외면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보람이라는 듣기 좋은 말로 일을 미화함으로써 당연한 것이 전혀 당연하지 않은 비참한 현실을 눈속임하고 있다.
(…) 고작 일의 보람을 위해 사생활까지 희생하면서 열악한 근무 환경에 이리저리 휘둘리다 몸과 마음을 축내다니, 너무 바보 같지 않나. 인생에서 무엇을 우선할지 결정할 수 있는 사람은 나 자신뿐이다. 일의 보람보다 먼저인 무언가가 있다면 그것을 우선시하면서 일할 수 있는 방식을 추구할 자유가 우리 모두에게 있다.
- 아, 보람 따위 됐으니 야근 수당이나 주세요, 히노 에이타로
2007년의 드라마 <파견의 품격>에서도 이와 같은 가치관을 가지고 있는 캐릭터를 볼 수 있습니다. 주인공 오오마에 하루코는 없는 자격증이 없다시피한 능력자입니다. 여러 회사에서 제발 함께 일해달라고 간청할 정도로 실력이 뛰어나지만, 시급 3천엔을 받고 파견직으로만 일을 하며, 한 회사에서 3개월 이상 머무르지 않습니다. 그에게 있어 일은 딱 필요한 만큼의 돈을 가져다주는 수단에 불과합니다.


오오마에 하루코는 어느 회사에도 정착하지 않으며, 불필요한 인간 관계 역시 거부합니다. 매일 칼퇴를 하고 나면 플라멩코를 추고, 종종 스페인까지 가서 플라멩코를 배우기도 합니다. 이렇게 직업과 열정이 전혀 일치하지 않지만, 이 역시 하나의 선택지가 될 수 있다는 것을 미디어가 제시했다는 데에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3. 마음 가는 대로
지나친 과로와 스트레스의 반작용으로 나타난 현상 중에는 돈도 명예도 필요 없으니 ‘내 마음 가는 대로 살겠다’는 흐름도 눈에 띕니다. 힐링 영화로 알려진 <카모메 식당>의 주인공 사치에는 입버릇이 ‘인생 모든 것이 수행’인 아버지 밑에서 자랍니다. 아버지의 권유에 못이겨 무술을 배우기도 하고, 돈을 모으기 위해서 식품 회사에 취직하기도 하지만, 마음속에서는 ‘소박한 음식을 내놓는 식당을 운영하고 싶다’는 생각을 키워나가고 있었습니다.
자신이 바라는 가게는 어디에도 없었다. 사치에는 옛날 식당처럼 이웃 사람들이 와서 즐겁게 시간을 보낼 수 있고, 음식은 소박하지만 맛있는 그런 식당이 좋았다. 겉으로만 세련되고 알맹이 없는 가게는 절대로 만들고 싶지 않았다.
- 카모메 식당, 무레 요코
결국 일억엔의 복권에 당첨되어 헬싱키에서 식당을 내게 됩니다. 이곳에는 무계획 여행자, 에어 기타 선수권 참가자, 독수리 5형제의 가사에 집착하는 사람 등 사회의 경쟁에는 조금도 관심 없이 마음 가는 대로 살아가는 사람들이 모여듭니다. 남의 눈치를 볼 필요도 없이, 돈 생각에 스트레스를 받을 필요도 없이, 내가 하고 싶은 일을 직업으로 삼아 즐기는 삶, 누구나 한번쯤은 꿈꿔 보지 않았을까요?
‘복권 당첨’이라는 설정에서 볼 수 있듯이 별로 현실적인 선택지라고는 할 수 없지만, 절약으로 생활 수준을 낮추거나, 경제적 자유를 먼저 이룩한 다음에 이렇게 ‘마음 가는 대로’ 직업을 선택하는 사람들도 많아졌습니다. 여러분은 돈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된다면, 어떤 일을 해 보고 싶으신가요?
4. 현재에 충실한 삶
마지막으로 소개할 가치관은 이상과 현실에 괴리가 있더라도, 주어진 상황에 만족하며 일을 즐기는 것입니다. 드라마 <수수하지만 굉장해! 교열걸 코노 에츠코>가 이러한 가치관을 훌륭하게 그려내고 있습니다.
코노 에츠코의 꿈은 패션 잡지의 편집자가 되는 것이지만, 아쉽게도 본인의 의지와는 달리 교정 교열을 도맡아 하는 부서에 배속이 되고 맙니다. 하지만 현재에 충실하며 교정 교열을 열심히 하다 보면 언젠가는 패션 잡지에서 일할 기회가 있으리라는 생각, 또 지금 쌓아둔 경험과 지식이 그 때 반드시 도움이 되리라는 생각을 가지고 맡은 바 일에 성실하게 임합니다.
이러한 태도를 압축한 듯한, 다음의 대사가 저는 굉장히 마음이 와닿았어요.
끈질기면서도 저돌적으로 살아가는 사람은 절대로 이길 수가 없어!
네 가지 사고방식을 정리해보자면 다음과 같습니다.
저는 ‘교열걸’이 보여준 일에 대한 태도를 가장 좋아합니다. 코노 에츠코에게는 패션 잡지의 편집자라는 꿈이 있습니다. 그리고 교정 교열이라는 현재의 일은 꿈과 무관하지 않죠. 따라서 현재 걷고 있는 길이 언젠가 나의 목적지로 통하리라는 확신이 있습니다. 따라서 현재의 일을 즐길 수 있고, 끈기있고 저돌적으로 그 길을 걸으며 성장할 수 있습니다.
일이 곧 수행이라는 생각은 우리가 어려운 일을 극복하게 하는 힘이 되어 주기도 합니다. 하지만 모든 일이 항상 수행일 뿐이라고 생각하면 우리는 내재적인 기쁨도, 외재적인 보상도 얻을 수가 없습니다. 현대 자본주의와는 맞지 않는 구식의 사고방식이라고 생각합니다.
개개인이 처한 상황에 따라서, ‘내 마음 가는 대로’ 살아갈 수도 있고, 할 일만 칼같이 하면서 보상의 극대화를 추구할 수도 있습니다. 많은 가치를 저글링하며, 절묘하게 균형을 잡는 삶 역시 있을 수 있습니다. 여러분은 어떤 생각을 가지고 매일의 일에 임하고 계신가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