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상이란 다소 팽팽한 긴장감 속에서 행동에 영향을 미치기 위해 정보와 힘을 사용하는 것을 말한다. 실제로 여러분은 일과 개인 생활 모두에서 늘 협상을 하고 있다.
- 허브 코헨의 협상의 기술
양보가 미덕이라는 가르침을 받고 자란 한국 여성들에게 협상은 쉽지만은 않은 일입니다. 내가 원하는 것을 명확하게 정의하기, 남에게 내가 얻어내고 싶은 것을 요구하기, 단호하게 자기 주장을 관철하기 등, 협상에 필요한 기술과 태도를 본격적으로 배우거나 경험할 기회가 많지 않기 때문입니다.
일례로 많은 한국의 기업들이 미리 정해진 연봉 테이블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와 같이 연차에 따라서 자동으로 한 계단, 두 계단씩 올라가는 승진 시스템 하에서는 협상으로 얻어낼 수 있는 것이 많지 않으며, 이와 같은 환경에서는 협상 능력을 갈고 닦을 기회조차 주어지지 않습니다.
하지만 해외에서는 주기적으로 성과 리뷰를 실시하고, 그 결과에 따라 양자가 연봉과 승진 내용을 협의합니다. 따라서 자신의 공헌과 능력에 맞는 직위 및 급여를 얻어내기 위해서는 협상 능력이 필수적입니다. 한국의 많은 기업들도 틀에 짜인 승급 시스템에서 벗어나 글로벌 기준에 맞추어 변화하고 있는 추세입니다.
협상은 승진이나 연봉 인상 요구 시에만 필요한 것이 아닙니다. 우리는 일터에서 하루에도 몇 번 씩이나 협상을 해야 하는 상황에 마주치게 됩니다. 이 일을 언제까지 할 수 있는지? 기한까지 얼마만큼의 일을 할 수 있는지? 휴가 예정인 팀원을 위해서 추가로 프로젝트를 맡을 수 있는지? 클라이언트가 갑자기 요구한 일을 받아줄 수 있는지? 이처럼 내가 원하는 것과 상대가 원하는 것이 다른 상황에서 합의점을 찾아내야 하는 모든 활동이 협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오늘은 일상적으로 마주하는 협상에서 좋은 결과를 내기 위해서 알아두어야 할 기본적인 전략과 태도에 대해서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분량이 많아서 2편 혹은 3편 구성이 될 예정이며, 다음 편 부터는 멤버 한정으로 공개합니다.
협상은 이기고 지는 것이 아니다
협상이 무엇인지 이해하기 위해서 가장 먼저 이해해야 하는 것은 협상이 제로섬 게임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누군가가 이기고, 누군가가 져야만 하는 식의 경합과는 다릅니다. 한 쪽이 무언가를 일방적으로 포기해야 했다면 그것은 협상이라고 하기 어렵습니다.
흔히 자식 이기는 부모 없다고들 합니다. 이는 자식이 부모를 사랑하는 마음보다 부모가 자식을 사랑하는 마음이 대개 더 크기 때문이죠. ‘야채를 먹어야 장난감을 사 주겠다’와 같이 협상 조건을 제시할 때도 있지만, 자식이 야채를 안 먹고 버틴다면 결국 지고 마는 부모가 더 많습니다. 조건 없는 사랑으로 맺어진 관계이기 때문입니다.
협상은 일방적인 양보나 포기가 아니라, 맞교환을 통해서 합의를 이끌어내는 것입니다. 협상이 성립할 수 있는 이유는 나와 상대가 서로 다른 곳에 가치를 두기 때문입니다. 나는 유연 근무를 원하며, 회사는 더 많은 프로젝트 수행을 원한다면, 이 두 가지를 맞교환하여 서로가 원하는 것을 얻어낼 수 있습니다. 윈윈 관계를 구축하기 위한 과정이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협상을 잘 하기 위해서는 먼저 내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명확히 정의하고, 상대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정확하게 알아내야 합니다. 이렇게 정보 수집은 성공적인 협상 결과를 이끌어 내는 데 핵심적인 활동입니다.
내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정의하기
이직을 준비하고 있어 새로운 회사와 연봉 협상을 하고 있는데, 여러분이 “합격만 시켜주신다면 연봉은 얼마나 주시든 상관없습니다”라고 반응한다면 어떨까요? 언뜻 겸손한 자세로 보일 수도 있지만, 상대는 여러분을 만만한 상대라고 생각하며 가능한 한 낮은 연봉을 제시하려 들 것입니다.
연봉이나 가격처럼 숫자로 정의할 수 있는 조건은 반드시 사전에 범위를 정해두는 것을 권합니다. 처음으로 제시할 숫자는 얼마인가, 그리고 상대방이 협의를 요구했을 때 얼마까지는 내릴 수 있는가, 또한 얼마 이하라면 이 제안을 거절하겠는가, 나 자신이 알고 있어야 순조롭게 협상을 진행할 수 있습니다.
이직을 예로 들자면 연봉이 하나의 중요한 척도이지만, 수많은 다른 조건이 있을 수 있습니다. 직위는? 업무 범위는? 복지는? 건강 보험은 어디까지 포함되는가? 재택 근무가 가능한가? 휴가 일수는? 상여금은 있는가? 출장을 다녀야 하는가? 커리어 욕심이 있다면 직위가 정말 중요한 조건이 될 수 있습니다. 워라밸이 중요하다면 휴가 일수나 유연 근무, 내가 받아낼 수 있는 업무량을 생각해보아야 합니다.
이렇게 협상에 앞서 내게 중요한 조건이 무엇인지 점검해보는 것은 내가 일에서 추구하는 가치는 무엇인지를 되짚어보는 일이기도 합니다.
상대방이 원하는 것을 알아내기
협상의 초보자들이 저지르기 쉬운 실수는 상대방이 원하는 것을 고려하지 않고 자신의 바람만 이야기하는 것입니다.
최근에 자신의 ‘인턴’ 타이틀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며 직위를 올려줄 것을 요구하는 팀원이 있었습니다. 하루가 멀다 하고 ‘내가 왜 인턴이어야 하느냐, 납득할 수 없다, 당장 사장에게 가서 말해달라, 매니저를 설득해 달라’며 저를 들들 볶았습니다.
하지만 제 머릿속에 떠오른 생각은 ‘내가 왜 그래야 하지?’ 뿐이었습니다. 제가 원하는 것은 그가 일에 집중해서 성과를 내고, 기존 팀원들의 부담을 덜어 주고 팀에 필요한 사람이 되어 주는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그가 타이틀에 집착하느라 바빠 일은 뒷전이었기에, 갑자기 사라진다 해도 저는 하나도 곤란하지 않았습니다.
이런 상황에서는 협상이 성립할 수 없습니다. 무언가 카드를 쥐고 있어야, 그걸 내어주고 자신이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있지 않겠습니까? 빈 손으로 불평만 한다고 원하는 것이 자동적으로 얻어지는 일은 없습니다.
그가 할 수 있는 일은 여러 가지가 있었습니다. 일단 제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확인했어야 합니다. 그리고 타이틀을 바꾸어 달라는 제의를 할 때 제 관심사와 연관 지어 설명했어야 합니다.
“내가 앞으로 팀에 꼭 필요한 사람이 되겠다. 디자인도 하고 클라이언트 커뮤니케이션도 돕겠다. 그러면 3개월 후에 사장에게 가서 내가 더 높은 직위를 얻을 수 있도록 설득해달라.” 이렇게 말하고 실제로 좋은 성과를 보여주었다면 저도 흔쾌히 그의 승급을 도왔을 것입니다.
상대의 목표가 무엇인지, 내게서 얻고 싶어하는 것이 무엇인지 협상이 시작되기 전에 분명하게 이해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제가 왜 그래야 되죠?”라는 냉혹한 반응이 기다리고 있을 뿐입니다.
내가 무엇을 얻을 수 있는지 항상 확인할 것
그렇다고 상대에게 맞추기만 하라는 이야기가 절대 아닙니다. 한 가지를 내어주면, 내가 무엇을 얻을 수 있는지 꼭 확인하세요. 영어로는 “What’s in it for me?” 이 질문을 꼭 던져보도록 합시다.
또 하나의 예시를 들어보자면, 작년에 제게 전략을 배우고 싶다던 프로젝트 매니저가 있었습니다. 저를 스쳐간 사람들의 커리어 개발을 돕는 것은 제 삶의 큰 즐거움 중의 하나입니다. 제가 이 뉴스레터를 쓰는 이유이기도 하고요. 그래서 저는 흔쾌히 돕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그의 태도가 몹시 좋지 않았습니다. 뭐 하나를 시켜도 싫어하고 불평했습니다. 습관적으로 팀원들과 클라이언트를 비하했고, 제게 부적절한 농담도 여러 번 던졌습니다. 그러다보니 “내가 이걸 왜 해야 하지?”라는 의문이 들기 시작하더군요.
저도 사실 이 멘토십으로 얻고 싶은 것이 있었습니다. 제가 그에게 일을 가르쳐줘서 성장하면, 그가 제 일을 도와줄 수 있을 것이고, 그렇게 저의 업무량과 부담을 다소 줄여 보고 싶었습니다. 또 최소한의 감사와 긍정적인 태도, 직장 상사에게 가져야 하는 적절한 매너를 원했습니다.
제가 원하는 것을 여러 번 전달했음에도 불구하고, 그의 태도는 전혀 나아지지 않았습니다. “내가 여기서 얻을 수 있는 게 대체 뭔가”하는 의문은 점점 커졌고, 결국 관계를 단절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저는 이 일로 많은 것을 배웠습니다. 대가 없이 사람들을 도와주는 일은 숭고한 일입니다. 하지만 일방적으로 무언가를 퍼주는 데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나의 수고나 시간을 내어줘야 한다면, 거기서 내가 얻을 수 있는 일은 무엇인지 꼭 확인해보도록 합시다. 그리고 그럴 가치가 없는 일이라면 즉시 중단합시다.
오늘 내용은 서적 <협상 가능>, <허브 코헨의 협상의 기술>을 참조하였습니다.
다음 편에 이어서 보내드릴 협상의 팁
특정 지점이 아닌 범위의 관점에서 생각하기
정통성 있는 근거를 확보하기
권력 관계를 인식하기
단호한 태도를 갖기
인내심을 갖기
모든 카드를 다 내보이지 말 것
불평과 협박은 도움이 되지 않는다
모든 것은 재협상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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