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든 척척 잘 배워서 숙달하는 방법
피아노와 피겨 스케이트를 배우며 깨달은 숙련의 공식을 공개합니다
저는 요새 피겨 스케이트에 열중하고 있습니다. 사실 일본에 거주하던 20대 초반 시절 링크에 다니며 잠깐 스케이트의 기초를 배운 적이 있습니다만, 9년 전에 홍콩으로 이주하고 나서는 다른 바쁜 일이 많아 스케이트를 배울 시간을 내지 못했습니다.
그러다가 작년에 회사에서 롤러 스케이트를 잘 타는 팀원과 몇 번 롤러장에 가게 되었고, 이는 잠시 쉬고 있던 저의 스케이트에 대한 열정에 다시 불을 붙였습니다🔥
이미 초중급 레벨까지 배워 놓았던 스케이트를 여기서 놓아버리는 것은 아깝다는 생각이 들어, 작년부터 다시 링크를 찾기 시작했습니다. 올해 3월부터는 일대일 레슨도 받기 시작했어요.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피겨 스케이트 레슨을 받기 시작한 것은 올해의 가장 탁월한 결정이었습니다. 재미와 운동 효과를 동시에 얻을 수 있는 것은 물론, ‘학습이란 무엇인가?’를 숙고해볼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었어요.
또 한가지 제게 배움에 대한 통찰을 제공해 준 활동은 피아노 연습입니다. 저는 네 살부터 피아노를 쳤고, 열 살 무렵에 선생님들께 혼나는 것이 싫어서 그만두었습니다. 그 시절 피아노 선생님들은 무척 엄격했고, 제가 틀리게 치면 연필로 손가락을 때리는 일도 있었거든요.
하지만 그 이후로도 혼자서 꾸준히 피아노 연습을 하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회사 근처의 피아노 학원을 발견해, 점심시간에 피아노실을 빌려 좋아하는 곡을 치고 있습니다.
인생에 별 도움이 안 되는 스킬을 배우는 이유
최근에 스케이트 레슨을 받으며 중점 과제로 떠오른 것은 스핀이었습니다. 저는 쉽게 어지러움을 느끼는 타입이라서 지금껏 스핀 연습을 회피해왔거든요. 코치는 금방 그 점을 알아보고 스핀 연습을 반복해서 시켰습니다.
스핀은 정말 쉽지 않았습니다. 균형을 잃고 뒤로 넘어질 것 같은 공포를 극복하고 몸을 꼿꼿하게 세워야만 바르게 중심을 잡고 회전할 수 있습니다. 두려운 마음에 몸을 앞으로 숙이면 금방 발끝으로 빙판을 긁게 되고, 그러다 보면 중심을 잃고 쓰러지게 됩니다.
하지만 얼음판 위에서 빙글빙글 도는 스킬을 습득해보았자, 인생에는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내가 대체 왜 스핀을 해야하나,’ ‘프로가 될 것도 아닌데,’ ‘스핀이 밥 먹여주는 것도 아닌데’ 같은 생각을 반복하며 빙판을 차고 흔들리고 넘어지는 일을 몇 달간 견디고 나니, 점차 배움에 대한 깨달음이 생겨났습니다.
스핀을 연습하는 것은 스핀 자체가 중요하기 때문이 아닙니다. 처음에는 전혀 할 수 없을 것처럼 어려워 보이는 기술을 반복적인 연습을 통해 내 것으로 만드는 과정 그 자체가 중요한 것입니다.
그래서 아이들에게 예체능을 시키는 것입니다. 예체능 그 자체로 빛나는 성공을 거두길 소망하는 부모들도 있겠지만, 그보다도 어린 시절에 어려운 기술을 반복해서 연습하고 체득하는 경험을 통해 학습의 원리를 배울 수 있다는 점이 더 중요합니다. 이는 평생 다른 어떤 일에도 적용 가능한 ‘고기 잡는 법’이기 때문입니다.
또한 이러한 배움의 프로세스를 체화한 아이들은 원대한 목표를 이루기 위한 지루한 루틴을 견뎌낼 수 있는 어른으로 자랍니다. 이러한 자질은 직장에서도 높게 평가되는 덕목으로, 커리어 성공의 원동력이 되어줍니다.
학습의 단계
그렇다면 이 배움의 프로세스를 단계별로 정리해보도록 하겠습니다.
1. 영감을 얻고 자극을 받기
링크에는 항상 엄청난 스피드로 뺑글뺑글 도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런 광경을 보면 ‘나도 저렇게 되고 싶다’는 막연한 생각이 듭니다. 피아노도 마찬가지입니다. 유튜브에서 프로들의 연주를 보고 있으면, ‘와 나도 저렇게 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하는 생각이 듭니다.
이러한 동경의 감정은 긍정적인 동기를 불러일으켜, 행동하도록 우리를 떠밀어줍니다. 하지만 여기서 ‘저 사람들은 엄청난 재능을 가졌고 나는 평범하니까 나는 절대 저렇게 될 수 없다’며 선을 딱 긋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렇게 1단계에서 선만 긋고 있다면, 아무것도 이룰 수 없습니다.
2. 잘 하는 사람들의 기술을 머리로 이해하기
뺑글뺑글이 멋있다는 생각이 들었다면 그 원리를 이해할 차례입니다. 코치의 시범을 보고 설명을 듣습니다. 몸의 중심이 어디에 있어야 하는지, 무릎은 굽혀야 하는지 세워야 하는지, 팔은 어느 쪽으로 향하고 있어야 하는지, 머리로 이해합니다.
피아노 연습의 경우에는 악보 공부가 여기에 해당합니다. 정확하게 어떤 음을 쳐야 하는지 악보를 읽고 머릿속에 입력하는 과정입니다. 외국어의 경우에는 문법 공부가 여기에 해당합니다. 무엇이 맞고 틀린 표현인지, 문장 구조는 어떻게 만들어야 하는지, 머리로 먼저 이해해야 합니다.
3. 머리로 생각할 필요가 없어질 때까지 반복하기
자, 스핀을 어떻게 돌아야 하는지 머리로는 다 이해했습니다. 하지만 바로 몸이 따라 주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분명히 팔은 이렇게, 다리는 이렇게, 생각은 하고 있지만 움직여 보면 모두 따로따로 놀고 있습니다. 팔과 다리를 맞추는 데에만 한참의 반복 연습이 필요합니다.
하지만 반복하다보면 생각하지 않아도 저절로 되는 순간이 옵니다. 영어로는 ‘근육 기억을 만든다’ (Build muscle memory)라는 표현이 있습니다. 즉 머리가 스위치를 꺼도 될만큼 근육에 철저히 기억을 시키는 것입니다.
피아노를 배울 때 가장 힘든 부분이 여기였습니다. 선생님들은 진도표에 지루한 하논과 체르니 곡을 적어주고, 10번씩 쳐 오라며 숫자를 적어주고, 한 번 연습한 뒤에 숫자에 하나씩 동그라미를 쳐 오라고 했습니다. 하지만 반복 연습이 고통스러워서 한 번 치고, 동그라미를 세 개 치다가 선생님께 혼나고는 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반복이 왜 중요한지 알고 있습니다. 피아노를 반복해서 연습하다 보면, 악보를 더이상 보지도 않아도 될만큼 손가락이 저절로 움직이는 순간이 옵니다. 이 지점에 이르기 위해서 반복이 필요한 것입니다.
4. 객관적 피드백을 받기
수많은 반복 연습을 통해 나름 뺑글뺑글 돌고 있다는 느낌이 들기 시작했어도, 영상을 찍어서 확인해보면 엉망인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여기서 다시 코치의 조언을 들으면 유용합니다. 객관적으로 어디를 고쳐야 하는지 다시 머리로 이해하고, 또 반복 연습을 시행합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문제 인식력과 질문 능력입니다. 현재 상태에서 어디가 잘못되었는지 인식할 줄 알아야 하고, 또 질문의 포인트를 정확히 잡아야 합니다. ‘어떻게 하면 될까요?’같은 애매한 질문을 던져서는 액션 플랜이 나오지 않습니다. ‘원풋 스핀의 회전수는 늘어났지만 아직 다리를 곧게 펴는 게 힘듭니다. 어떤 연습을 해야 할까요?’라고 물었더니, 코치는 도움이 되는 연습법을 구체적으로 알려주었습니다.
5. 반복 연습을 통해 완성도를 높히기
0%에서 80%에 이르는 일은 비교적 수월합니다. 반복 연습은 지루하긴 하지만, 0에서 80구간까지는 성장하고 있다는 실감이 있어 그래도 동기를 유지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80에서 100으로 완성도를 올리는 일은 정말 지난합니다. 이 구간은 무한한 인내심과 반복을 요하기 때문입니다.
그만큼 이 구간을 극복하고 높은 완성도를 성취해 본 경험이 있는 사람은 다른 어떤 일을 하더라도 할 수 있다는 인식을 쉽게 갖게 됩니다. 뭘 해도 금방금방 척척 잘 배우는 체질이 되는 것입니다.
오늘 소개한 배움의 원리에는 예체능에 국한되는 이야기만은 아닙니다. 외국어 학습도 마찬가지입니다. 먼저 머리로 이해한 후에, 수많은 연습을 거치고 나면, 나중에는 별로 머리를 쓰지 않아도 입에서 바로 말이 튀어나오게 되어 있습니다.
또한 커리어에 도움이 되는 수많은 기술도 이 방법을 통해서 내 것으로 만들 수 있습니다. 여러분이 지금 배우고자 하는 모든 분야에서, 오늘 소개해드린 배움의 원리가 큰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멤버를 위한 쿠키🍪
오늘 보내드린 이야기와 관련해, 제가 최근에 읽고 있는 책을 한 권 소개해드리려 합니다. 바로 사이토 다카시의 <일류의 조건>이라는 책인데요, 제목만 보면 흔한 자기계발서 같지만 내용이 굉장히 좋았습니다.
두 가지 인용을 소개해드리며 마치겠습니다.
내가 생각하는 ‘살아가는 힘’이란, ‘숙달에 이르는 보편적 원리’를 반복적 체험을 통해 ‘기술로 만드는 것’이다. 어떤 사회에나 ‘일’은 존재한다. 경험이 전혀 없는 낯선 영역의 일이라도 숙달에 이르는 비결을 찾아내는 힘이 있다면 용기를 갖고 새로운 영역에 도전장을 던질 수 있다.
특정 동작을 언제든 자신 있게 구사할 수 있게 만드는 것을 ‘기술화’라고 한다면, 이 기술화는 철저한 반복 훈련을 통해서만 이룰 수 있다. 통상적으로 한 가지 동작을 완전히 자기 기술로 만들려면 적어도 1만~2만 번 정도는 반복이 필요하다고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