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들이여, 실패를 두려워 말라!
노력 없이 완벽해지고 싶다는 갈망은 버리고, 실패와 반복을 성장의 원동력으로 삼는 방법을 체화합시다.
오늘 보내드릴 뉴스레터는 미디엄에서 발행했던 영어 기사 Girls, be iterative! 의 한국어 버전입니다. 이 기사는 과거 제 저서 <복리 성장 곡선>의 한 꼭지인 <니들이 뭔데 살리에르가 안타깝대>를 발전시킨 내용이기도 합니다. 용의 해를 맞이하며, 완벽하려고 애쓰기보다는 마음먹었던 일들을 일단 행동에 옮겨보는 건 어떨까요? 여러분의 새로운 도전을 응원합니다🐉

도전을 두려워하지 마세요. 노력 없이 쉽게 무언가를 해낼 수 있다는 것은 착각입니다.
(Never be ashamed of trying. Effortlessness is a myth.)
— 테일러 스위프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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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여성들이 힘들이지 않으며, 노력할 필요 없이 완벽한 모습을 동경합니다.
공부하지 않아도 좋은 시험 점수를 얻길 원하며, 운동하지 않아도 날씬한 체형을 가지고 싶어합니다. 애쓰지 않고도 자연스레 주위의 사랑과 인기를 얻고 싶어합니다.
이러한 “노력없이 완벽함”을 칭하는 단어 “effortlessly perfect”는 2003년 듀크 여성 발안 리포트에서 여자 대학생들이 또래 집단 안에서 완벽한 모습을 보여야 한다는 압박을 받고 있다는 현실을 묘사하며 사용한 표현입니다. 이토록 완벽에 대한 강박은 여성들에게 더 심하게 나타납니다.
여성들은 뛰어나지 못한 결과물을 내놓았을 때 마주하게 될 비판을 과하게 두려워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많은 여성들이 자라면서 작은 흠결을 심하게 지적당하는 경험을 반복하게 되고, 이에 따라 머릿속에 신랄한 비평가를 한 명씩 키우게 됩니다. 이 비평가는 우리가 무언가 새로운 것을 해 보려고 할 때마다 안되는 이유를 들어 우리를 제지하며 주저앉힙니다. 이러한 괴로움을 회피하기 위해서 여성들은 이 모든 과정을 뛰어넘어 ‘거저 완벽해 질 순 없을까?’ 하는 소망을 갖게 됩니다. 일종의 방어 기제인 것입니다.
영화나 드라마, 책과 같은 미디어 역시 이와 같은 환상을 부추깁니다. 천재적인 재능을 가지고 태어난 사람들의 이야기에만 조명을 비추며, 평범한 사람들이 한 계단 두 계단 노력을 거듭하며 발전해 나가는 이야기는 좀처럼 보여주지 않습니다. 이렇게 자꾸만 천재 스토리를 접하다 보면, ‘재능을 가지고 태어나지 못했다면, 시도해 보았자 의미가 없다’는 생각을 갖게 됩니다.
그러나 우리가 염원하는 ‘노력 없이 완벽한 상태’는 엄청한 양의 노력이 있어야만 도달할 수 있는 경지입니다. ‘Efforlessness’는 아이러니하게도 ‘Effort’를 쏟아붓는 수많은 시간이 쌓여야만 가능한 것이죠.
천재라고 불리는 사람들조차 아무런 노력없이 완벽함의 경지에 이를 수는 없습니다. 하물며 천재 아닌 범인으로 태어났다면 우리는 반드시 시도하고 실패하며, 그 과정에서 배우면서 발전하는 법을 배워야 합니다.
“실험적 혁신가”에게서 배우기
예술은 재능이 중요하게 여겨지는 분야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타고난 천재들만 탁월한 예술가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꼭 그런 것만은 아닙니다.
말콤 글래드웰의 팟캐스트 Revisionist History 에서, 두 종류의 창작 스타일을 소개한 적이 있었습니다. 타고난 재능을 바탕으로 예술 작품을 쏟아내듯 완성하는 “개념적 혁신가(Conceptual innovators)” 외에도, 수많은 연습과 개선을 반복하는 “실험적 혁신가(Experimental innovators)”가 있다는 것입니다
모짜르트는 힘들이지 않고 탁월한 작품을 써내려간 전형적인 천재입니다. 이미 머릿속에 충만하게 흐르는 악상을 악보에 옮기기만 하는 것이 그의 창작 프로세스였기 때문에, 그의 악보를 보면 수정한 흔적 없이 깨끗합니다.

그러나 베토벤은 달랐습니다. 한 번 악보를 써내려간 이후에도, 수정을 멈추지 않았습니다. 그의 악보를 보면 여기저기 고친 흔적을 찾아볼 수 있습니다.

피카소는 손을 대기만 하면 예술성이 넘치는 작품을 그려냈다고 하지만, 세잔느는 백 장이 넘는 습작을 그리고 그 중에서 제일 나은 작품을 세심하게 고르는 작업을 반복했다고 합니다. 허먼 멜빌은 <모비 딕>을 한달음에 써내려갔다고 하지만, 마크 트웨인은 글을 쓰고는 다시 쓰고, 또 고치는 작업을 수없이 반복했다고 합니다.
많은 여성들이 “재능이 없어서” 뭐든 시작하기를 꺼립니다. 혁신적 실험가들과 같은 충만한 재능을 갖지 못했다고 생각하면, 시도를 할 엄두를 내지 못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모짜르트와 같은 천재는 천 명, 만 명, 백만 명 중 하나의 희귀한 케이스일 뿐입니다. 우리는 스스로를 한 세대에 한 명 있을까 말까한 천재와 비교하는 것을 그만두고, 자신의 길을 찾아야만 합니다.
“이터레이션”이란
이터레이션: 개선을 목적으로 반복을 거듭하며 계속하는 과정
(the process of doing something again and again, usually to improve it, or one of the times you do it)
저는 대학에서 소프트웨어 공학을 공부하며 이터레이션이 무엇인지 배웠습니다. 면밀한 사전 계획이 필요하고, 미리 정해둔 프로세스를 따라서 실행하는 것이 중요한 하드웨어 개발과는 달리, 소프트웨어는 훨씬 유연하게 관리할 수 있기에 “이터레이션” 방식으로 개선을 도모할 수 있습니다.
이터레이션은 일단 시도를 해 보는 것이 첫 단계입니다. 개발한 소프트웨어를 세상에 내놓아 사람들의 반응을 수집하는 것입니다. 그렇게 얻은 데이터를 분석해 배운 점을 다음 이터레이션에 적용합니다. 이 과정에서 실패를 거듭하며 얻은 교훈이 많아질수록, 우리는 더 좋은 소프트웨어를 만들 수 있습니다.
학생 시절에 이터레이션의 개념을 알게 된 것은 제가 인생을 살아가는 방식에 큰 영향을 끼쳤습니다. 이터레이션을 알기 전에는 저 역시 완벽할 수 없다면 시작조차 하는 것을 꺼려했습니다. 조금 시도해 보고 결과가 마음에 들지 않으면 포기해 버리는 일도 잦았습니다. 하지만 이터레이션을 알게 되면서 실패가 어떻게 성장의 기회를 제공할 수 있는지 깨닫게 되었습니다.
모든 것을 소프트웨어 개발이라고 생각하면 마음이 편해졌습니다. 처음부터 완벽을 기할 필요 없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다시 시도해서 버전 1.1을 만들면 되는 것이니까요. 이터레이션을 반복하다 보면 버전 9.0이나 10.0 정도쯤에는 훌륭한 결과를 낼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이터레이션을 내 인생에 적용하기
저는 어려서부터 글쓰기를 좋아했습니다. 하지만 한 번도 작가가 될 수 있을만큼 재능이 있다고 생각해 본 적은 없었습니다.
20대 초반에는 저와 나이가 비슷한 와타야 리사와 가네하라 히토미가 최연소로 일본의 저명한 문학상인 아쿠타가와 상을 수상하는 일이 있었습니다. 왜인지 실망감을 느꼈습니다. 천재 작가들과 나 자신을 비교하는 것은 바보같은 일처럼 느껴졌지만, 그래도 그들이 부러운 것은 어쩔 수 없었습니다.
하지만 다행히도 저는 실망감에 글쓰기를 그만두지는 않았습니다. 하이텔에서 글을 썼고, 그 다음에는 트위터에서 썼습니다. 아무도 읽어주지 않는 블로그도 한참 썼습니다. 인터넷에서 글을 쓰다 보니 사람들이 제 글에 어떻게 반응하는지, 손쉽게 데이터를 수집할 수 있었습니다. 시간이 흐를수록 독자들의 좋은 반응을 얻어내기 위해서는 어떻게 글을 써야하는지, 조금씩 감을 잡을 수 있었습니다.
그러다가 포스타입에 썼던 <복리 성장 곡선>이 큰 반향을 얻었고, 출판사의 연락을 받아 책을 쓰게 되었습니다. 20년간에 걸쳐 조금씩 조금씩 배우고 개선하며 글쓰기를 포기하지 않았기에 이룰 수 있었던 성과였습니다.
제 글은 완벽과는 거리가 멀지만, 지속적인 개선과 이터레이션의 힘을 믿기에, 제가 쓰는 글이 앞으로 점점 나아질 것이라는 확신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경험을 토대로, 시도하고 실패와 개선을 반복하는 것의 중요성을 알리려 노력하고 있습니다.
제 이야기가 많은 여성분들께, 내외부의 신랄한 비평을 극복할 수 있는 용기가 될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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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초안은 쓰레기입니다.
(The First Draft of Anything Is Shit.)
— 어니스트 헤밍웨이
헤밍웨이는 <무기여 잘 있거라>의 첫 부분을 적어도 50번은 고쳐 썼다고 합니다. 아널드 새뮤얼슨의 회고록 <헤밍웨이의 작가 수업>에 의하면, 헤밍웨이는 “고치고 또 고쳐야 한다. 모든 초안은 쓰레기이다”라고 말했다고 합니다.
“쓰레기”부터 시작해도 괜찮습니다. 두 번째로 시도했을 때에는 그 “쓰레기”는 조금 더 나은 무언가가 되어 있을 것입니다. 이를 오랜 기간 반복한다면, 꽤나 훌륭한 결과를 만들어 낼 수 있습니다.
노력 없이 완벽해지고 싶다는 강박을 버리고, 점진적으로 나아갑시다. 저는 더 많은 여성들이 연습하고, 실패하고, 다시 시도하면서 성공에 다가가는 법을 배웠으면 좋겠습니다. 실패를 포용하며 성장의 기회로 삼겠다는 태도를 가지고 새로운 도전에 임해봅시다.
2024년에는 월 3회 뉴스레터를 발행할 계획이며, 멤버십 분량을 늘려 멤버 > 무료 > 멤버와 같은 순서로 보내드릴 예정입니다. 멤버십에는 서적 증정, 온라인 모임과 같은 특전도 포함되어 있으니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2월의 뉴스레터
2/6 [멤버] 두 도시 이야기 홍콩편 #10 안정과 혼돈
2/13 [무료] 여성들이여, 실패를 두려워 말라!
2/20 or 27 [멤버] 경제적 자유, 은퇴 준비 관련 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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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에 따라 차이는 있겠지만 홍콩의 사내 문화는 비교적 자유로운 편이라고 생각합니다. 저 역시 유연한 근무와 자율성을 중요하게 여기지만, 가끔씩 도를 넘는 팀원이 있어 곤란한 경우가 있습니다.
이전 회사에서는 시위와 코로나의 확산을 거치며 주로 재택 근무를 했습니다. 그런데 주니어 디자이너 중 한 명이 매일처럼 오후 2시까지 온라인에 나타나지 않는 것이었어요. 한두번이면 사정이 있겠거니 하겠지만, 일년 내내 오전에는 코빼기도 보이지 않았습니다. 아침부터 디자인 팀으로 쏟아지는 요구를 저 혼자 받아내는 것은 별로 유쾌한 경험이 아니었습니다.
이번 회사에서도 비슷한 문제에 부딪히게 되었습니다. 이번에는 제가 관리하는 직속 부하가 살짝 살짝 늦기 시작하며 11시가 넘어서 출근하는 일이 잦아지더니, 요 며칠간은 오후 두시 가까이까지 연락이 잘 되지 않았습니다. 클라이언트의 오피스에서 한 시 반부터 일을 시작하기로 되어 있어 제가 점심을 먹기 위해서 살짝 일찍 도착했는데, 오피스의 통행증을 갖고 있는 그가 오전 내내 답신을 주지 않아 저는 비가 오는 추운 날씨에 밖에서 덜덜 떨며 밥을 먹어야 했습니다. 그리고 나서 한시 사십분은 되어서야 나타났어요. 솔직히 정말 화가 많이 났습니다.
팀원들에게 유연성을 허락하면 반드시 생기는 문제입니다. 선을 지킬 줄을 모르는 거에요. 9시 반에 시작하는 회사라면, 10분 20분 늦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오후 한 시나 두 시까지 일을 하는 척도 하지 않는 것은 도를 상당히 넘은 행동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이런 일이 있을 때마다, 내 상식은 남들의 상식과 다른가? 하는 고민을 해 보지만, 사회인으로서 근무 시간에 적어도 연락이 닿아야 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상식이 아닐까요?
어려운 일이었지만 결국 마음을 단단히 먹고 그 팀원에게 주의를 주었습니다. 다행히도 이해해 주었고 다음날에는 조금 일찍 나타나 행동의 개선을 보여주었습니다. 애초에 모두가 스스로 선을 지켜주면 좋겠지만, 그렇지 못한 팀원들과는 어떻게 소통해야 하는지 생각해 보게 된 경험이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