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통의 이력서에서 8건의 인터뷰...그리고 아무도 없었다
채용하는 입장에서는 왜 뽑을만한 사람이 없는지, 실제 사례를 들어 설명해드립니다.
지난 번 이슈에서 이어지는 내용입니다.
100통의 이력서를 모두 살펴본 결과 Yes 폴더에는 흠잡을 곳 없는 이력서와 함께 다년간의 경험을 보여준 두 명의 지원자가 남았습니다. 서류에서 보여준 것 같은 가능성을 면접에서도 재현해 준다면 무난히 채용으로 이어질 것 같았습니다.
저는 높은 기대를 가지고 이 두 명과 먼저 이야기해보기로 했습니다.
첫 번째 지원자: 묻지 않은 이야기를 자꾸만 쏟아내다
첫 번째 지원자는 10년 이상의 경력이 있었고, 최근의 타이틀은 무려 “Principal UX consultant” 라고 했습니다. 물론 직급은 회사의 규모와 특성에 따라 얼마든지 바뀔 수 있는 사항이지만, 일반적으로 Principal은 현재 제 직급인 Lead 보다도 한 단계 높습니다.
또한 이력서에는 구글과 노먼 닐센 등에서 취득한 화려한 UX 관련 자격증이 나열되어 있었습니다. 서류만으로는 기대를 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었는데요.
하지만 인터뷰를 시작하고 5분만에 저는 ‘아 이건 아니다’라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가장 먼저 자기 소개를 부탁했더니 횡설수설을 시작했기 때문입니다.
정말 많은 인터뷰이가 자기 소개를 간략하게 할 줄을 모릅니다. 1분 내외로 현재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 어떤 배경을 가지고 있는지 설명하고 면접의 다음 단계로 넘어가야 한다는 사실을 알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많이 이야기하면 할수록 높은 점수를 딸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인지, 아니면 단순히 말을 적당히 하고 난 후 멈추는 법을 모르는 것인지, 도중에 말을 끊어야만 멈추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이 지원자 역시 자기 소개만을 부탁했을 뿐인데, 10분여를 내리 혼자서 횡설수설한 결과 결국 제가 말을 끊어야만 했습니다.
또한 이야기를 하다 보니 이 직책에 꼭 필요한 광동어 능력을 갖추고 있지 않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습니다. 저희는 홍콩의 클라이언트와 광동어로 많은 커뮤니케이션을 하며, 제 광동어 스킬이 완벽하지 않다 보니 새로 뽑아야 할 이 자리를 채울 사람은 꼭 광동어를 구사해야 했습니다.
이 지원자의 이력을 보면 홍콩식의 이름을 쓰고 있었고, 홍콩에서 교육을 받고, 일을 다년간 한 것으로 보여 당연히 광동어를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물어보니 외국에서 나고 자라 광동어는 잘 하지 못한다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보통화는 비즈니스 레벨이라고 덧붙이면서, 중국 본토에서의 경험을 길게 이야기했습니다. 이 역시 묻지 않은 사항이고, 또 이야기가 길어져서 제가 중단해야만 했어요.
인사가 한 시간의 면접을 설정해 주었지만, 그 시간을 다 쓸 필요조차 없었습니다. 클라이언트가 간단한 질문을 했는데, 묻지 않은 이야기를 주절주절 늘어놓을 사람을 뽑을 수는 없는 일이었습니다. 저는 커뮤니케이션 방식에 심각한 문제가 있다고 판단해, 30분도 되지 않아 면접을 종료했습니다.
대화의 캐치볼이 가능한가
Yes 폴더에 분류된 또 한 명의 지원자와도 이야기를 해 보았지만, 계속해서 묻는 말에 대한 대답이 아닌 엉뚱한 이야기를 늘어놓는 탓에 결국 Maybe 폴더로 옮겨가야 했습니다.
Maybe 폴더에는 여섯 명의 지원자가 남아 있었습니다. 이들은 Yes 폴더의 지원자들에 비교해 경력은 비교적 짧은 편이었습니다. 5년여를 일했지만 다른 분야에서 옮겨온 탓에 UX 경험은 미천했거나, 갓 교육 과정을 마친 후 인턴 경력밖에 없는 지원자들이었습니다.
저희는 가능하면 경력이 많은 사람을 뽑고 싶었지만, 100통의 이력서를 다 살펴보고 나서 합당한 두 명의 지원자도 배제되고 난 이후라, 이제는 경력이 별로 없더라도 가능성이 있는 주니어를 골라내서 교육을 잘 시키는 수밖에 없었습니다.
면접 시에 제가 적용한 첫 번째 기준은 “묻는 말에 제대로 대답하는가” 입니다. 서류에서 쓰기 능력을 이미 한 번 검증하고 난 이후였기 때문에, 면접의 가장 큰 목적은 듣기와 말하기 능력을 확인하는 것입니다.
질문을 제대로 들을 줄 아는가, 그리고 질문에 대한 대답을 정확하고 조리있게 말할 수 있는가, 너무나 간단해 보이는 이 두 가지 기준에 미치지 못한 지원자가 많았습니다.
인터뷰는 혼자서 말하는 자리가 아닙니다. 대화의 캐치볼이 가능해야 합니다. 질문을 받으면 짧게 대답하고, 상대의 반응을 살펴야 합니다. 이야기가 길어질 것 같으면 중간 중간에 “여기까지 의견이나 질문 있으신가요?” 같은 질문을 끼워넣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1분 말하고 나서, 그 방향이 잘못된 것을 알았다면, 얼마든지 다시 시작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30분의 면접에서, 10분을 내리 혼자 말하고 난 결과 그 답변이 상대가 원하는 것에서 동떨어져 있다면, 그 면접은 이미 망친 것이고 되돌릴 수 없습니다.
자연스럽고 조리있게 이야기하는가
저는 아무래도 인터뷰 중에 ‘이 사람을 클라이언트 미팅에 투입한다면 어떨까?’라는 가정을 거듭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클라이언트와의 커뮤니케이션은 쉽지만은 않습니다. 개중에는 정말 까다로운 요구를 거듭하는 클라이언트도 있고, 명확해 보이는 사실에도 트집을 잡으며 설명을 요구하는 클라이언트도 있습니다. 그러한 상황에 놓였을 때, 상대방에게 자신의 논리를 설명하여 설득하는 것은 시니어 UX직에게 필수로 요구되는 사항입니다.
그래서 저는 모든 면접자들에게 포트폴리오 중에서 하나의 프로젝트를 선택해, 내용을 설명해달라는 요구를 했습니다. 왜 이런 프로세스를 선택했는지, 왜 이런 디자인을 했는지, 이야기의 흐름을 따라갈 수 있다면 일단은 합격이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간단한 미션조차 성공적으로 끝낸 면접자가 드물었습니다. 말이 너무 빠르고 숨도 쉬지 않으며 장시간 횡설수설 하는 사람도 있었고, 말이 뚝뚝 끊기고 설명에 한참의 시간이 걸려 답답한 경우도 있었습니다. 이 사람을 채용해서 클라이언트 미팅에 투입했다가는 어카운트 서비스 팀에게 욕을 바가지로 먹겠구나 하는 생각이 자꾸만 들었습니다.
또한 많은 리서치를 거듭했지만 결국 얻어낸 인사이트가 디자인에 반영되지 않은 경우도 상당히 많았습니다. 많은 유저들과 인터뷰를 했고, 경합 조사를 했고, 분석에 분석을 거듭했다며 어필했지만 그건 그거고 디자인은 또 따로 만들었다는 식으로 설명하는 면접자가 대부분이었습니다.
결국 우버를 베낀 디자인, 링크드인을 베낀 디자인에 귀결해 ‘대체 리서치를 왜 한 거지?’와 같은 의문을 가질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 프로덕트를 왜 만들어야 하는가?’를 충분히 숙고하지 않은 결과로 보였습니다.
적절할 때 적절한 질문을 할 줄 아는가
한 면접자는 면접을 완전히 망치고 난 후, “마지막으로 질문 있습니까?”라고 묻자 “야근은 많은 편인가요?”라는 질문을 던졌습니다.
물론 야근을 많이 하는지 안 하는지는 면접자에게 중요한 사항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저는 ‘이 질문을 꼭 지금 해야 하나’라는 생각을 떨치기가 어려웠습니다. 아무리 생각해도 일에는 관심이 별로 없으나 워라밸 등의 조건만 따지는 사람으로 보였습니다.
면접을 통과하지 못하면 야근을 많이 하는지 어떤지 알아봤자 전혀 소용이 없습니다. 이런 질문을 하지 말라고는 하지 않겠으나, 적절한 때에 묻는 것도 기술입니다. 오퍼를 받은 후에 인사팀에 문의해도 늦지 않습니다.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
제가 엄청나게 어려운 기준을 들이댄 것은 아닙니다. 그저 묻는 말에 잘 대답하고, 자신의 포트폴리오를 조리있게 설명할 줄 알고, 비즈니스 매너를 갖춘 것으로 보이는 사람을 찾았을 뿐인데, 8명 중 7명이 탈락하고 한 명만이 남았습니다.
하지만 그는 인턴십 이외의 경력이 없어 제 상사들은 채용에 반대 의견을 보였고, 결국 디자인 과제를 주어보고 결과를 보고 판단하기로 했습니다. 안타깝게도 과제의 퀄리티가 좋지 않아 이 역시 보류하게 되었습니다.
결국 100명의 지원자를 모두 탈락시키고, 사내에서 UX 포지션 전환을 희망하는 팀원이 있어 그에게 기회를 주기로 했습니다. 지금껏 4년간 프로젝트 매니저로 일했고, 가끔가다 UX 업무도 도와주면서 탁월한 분석 능력과 커뮤니케이션 스킬을 보여주었기에, 앞으로는 직책을 바꾸어서 제 팀에서 활약해 줄 것을 기대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아직도 일손이 모자라 계속해서 이 포지션은 열어놓고, 지원을 계속 받고 있는 중입니다. 100명을 다 검토했지만, 이렇게까지 좋은 사람이 없다는 점에는 정말 실망이 컸습니다.
경제가 어렵고 취업난이라고들 하지만, 뽑는 입장에서도 사람이 없다는 것이 무슨 말인지 알 것 같았습니다. 준비되지 않은 지원자가 너무 많았습니다.
특히 UX 필드에는 한철의 유행처럼 퍼진 단기간의 속성 부트캠프 과정을 거쳐 연봉 업을 노리는 사람이 줄을 이었습니다. 하지만 기업도 바보가 아니기에, 아무나 채용할 수는 없는 일입니다.
제 채용 경험담을 통해서 서류를 걸러내고 면접을 보는 사람들은 어떤 목적을 가지고 있는지, 어떤 점을 중점적으로 보고 판단하는지, 어떤 관점과 기준을 적용하는지, 등을 공유해 보았습니다. 여러분이 채용 프로세스를 더 잘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었다면 좋겠습니다😊



